지난달 24일 오전 신상진 경기도 성남시장이 ‘정자교 붕괴사고’와 관련해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 선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성남시 제공
경기도 성남시가 ‘분당 정자교 보행로 붕괴사고’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시는 이런 사실을 함구한 채 교량 재시공 재원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24일 성남시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성남시가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요구하고 나흘이 지난 4월28일 ‘법령에 해당되지 않는 요구’라는 이유 등을 달아 거부 방침을 성남시에 통보했다. 정자교 붕괴는 법이 규정한 재난도 아닌데다, 관리 책임도 지방자치단체에 있다는 이유였다. 앞서 신상진 성남시장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건설된 지 30여년이 지나 낡고 위험한 교량이 산재한 성남시의 현 상황은 재난지역과 다름없다. 정부에서 성남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선포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그는 “분당을 포함한 1기 신도시와 모든 기반시설은 정부 주도로 건설됐고, 30여년이 지났어도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의 역할은 변함없을 것”이라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받아) 탄천에 놓인 17개 교량의 보행로 전면 철거와 재시공 예산을 확보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보행로가 갑자기 무너져 2명의 시민이 숨지거나 다친 정자교의 지난 23일 모습. 사건 발생 두달이 다가오고 있으나, 경찰 수사 중이란 이유 등으로 현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 김기성 기자
성남시의 ‘특별재난지역 지정’ 요구에 대해선 기자회견 직후부터 “교량의 유지·보수·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자치단체장이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1기 새도시의 모든 도시기반시설은 완공 뒤 점검 과정 등을 거쳐 해당 지방정부가 인수해 시 예산으로 30년 가까이 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또 정자교 붕괴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건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재정 능력으로는 재난의 수습이 곤란하여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로 규정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에도 부합하지 않아 성남시의 재난지역 선포 요구는 ‘보여주기식 면피 행정’이란 평가가 많았다. 성남시는 현재 탄천 교량 보행로 재시공 비용 16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예정했던 사업을 중단하는 등 예산 전반을 재검토하고 있다.
성남시가 지난달 10일 이후 5억원을 들여 탄천 17개 교량에 긴급 설치한 붕괴 방지용 구조물인 ‘잭서포트’ 1180개에 대해서도 장마철 유실 우려가 제기된다. 시는 이에 따라 38억원을 들여 가로 3m, 세로 2.5m, 길이 3m의 ‘ㅁ’자 형태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recast Concrete) 블록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 블록은 교량 하부나 도로 배수로의 보행자용 통로, 공동구·전력구·통신구 등으로 사용된다. 임시방편으로 대처했다가 구조물 설치 작업을 이중으로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철거·재시공이 결정된 탄천의 17개 교량 보행로는 모두 사고가 난 정자교처럼 외팔보(캔틸레버) 구조로 설치됐고, 분당 새도시가 조성된 1993~1994년 만들어졌다.
지난달 5일 보행로가 붕괴돼 2명의 사상자가 난 정자교 아래에 붕괴 방지용 구조물인 잭서포트가 설치돼 있다. 김기성 기자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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