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고양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홈커밍-스피커’ 설치지역 현장을 진단하고 있다. 고양경찰서 제공
고주파로 청소년 비행을 막는다며 설치한 ‘홈커밍-스피커’가 유해성 논란 등으로 시행 한 달도 안 돼 중단됐다. 홈커밍-스피커는 심야시간대(밤 10시~다음날 새벽 6시)에 화장실 출입 후 10분이 지나면 10대 청소년만 들을 수 있는 고주파(1만8천㎐) 음향이 재생되는 것이다.
고양경찰서 생활안전과 쪽은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중화장실에 설치한 고주파 음향 스피커 ‘홈커밍-스피커’ 운영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홈커밍-스피커는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심야시간대 작동되는 것으로, 화장실 출입 뒤 10분이 지나도 계속 사람이 머물고 있으면 10대 청소년만 들을 수 있는 고주파(1만8000㎐) 음향이 재생되는 방식이다. 고양서는 지난달 30일 지역 내 8개 화장실에 홈커밍-스피커 설치했다. 청소년이 심야 시간대 화장실에 이유 없이 머물거나, 비행·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 단체에서는 홈커밍-스피커가 청소년 청력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학부모학생인권보호연대는 국민신문고에 정책 시행을 반대하는 민원을 접수하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학부모학생인권보호연대 인터넷 카페에는 국민신문고 민원 접수 운동을 소개하며 “비행청소년은 화장실에 있다가 귀가 아파도 되는가”, “범죄 청소년은 화장실을 이용하다가 신체 고문을 받아도 되는가”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소년 단체에서는 특정 시간대 특정 집단의 화장실 사용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고양서의 정책이 청소년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김찬(18)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청소년들이 늦은 시간, 오래 화장실에 있으면 일탈 행위를 할 것이라는 편견에 기반을 둬 정책을 짠 것 같다”며 “청소년에게 낙인을 찍는 정책이고, 청소년들이 왜 늦은 시간에 밖에 있는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만든 정책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양경찰서는 홈커밍-스피커가 청소년에게 유해한지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양서 관계자는 “정책을 짜면서 영국에서 고주파 음향을 재생하는 것이 청소년 건강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언론 보도를 참고했다”면서도 “정책에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되면서 다시 한 번 홈커밍-스피커가 청소년 신체에 주는 영향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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