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개회한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시정연설 내용에 대한 국민의힘 쪽의 문제 제기로 장시간 정회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정회 중 자리에 앉아 있는 조희연 교육감. 서울시교육청 제공
국민의힘 소속인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12일 정례회 본회의 직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시정연설 내용을 문제 삼으며 연설문 중 특정 내용을 뺄 것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조 교육감이 이에 응하지 않자 김 의장은 회의를 정회시켰고 이후 회의는 공전 끝에 12일 자정에 자동 산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의장의 권한 남용”이자 “사전 검열”이라고 비판했지만, 13일 본회의는 결국 조 교육감의 시정연설 없이 재개됐다. 김 의장의 조처를 두고 이날 항의와 고성이 이어졌지만, 김 의장은 “의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한 채 회의를 주재했다.
서울시의회는 12일 오후 제319회 정례회 본회의를 열고 조 교육감의 시정연설을 들을 예정이었으나, 김 의장이 시정연설 진행 전에 정회를 선포했다. 조 교육감의 시정연설에 ‘기초학력 보장 지원 조례’와 ‘생태전환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였다.
연설문에는 “기초학력 보장 지원 조례의 위법(성)에 대해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지만 그 결과와는 별개로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하는 교육을 통해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치열하게 기울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조례는 시교육청과 시의회가 긴 공방을 벌인 조례로, 시교육청은 해당 조례가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해 지난달 대법원에 제소한 바 있다. 연설문에는 또 현재 시의회 교육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생태전환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안과 관련해 “생태전환교육을 학교 현장에 안착시키는 실질적이면서 최소한의 장치”라며 “(폐지 여부를 논의할 때) 이런 점을 깊이 헤아려 심의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 의장은 12일 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조 교육감을 의회 복도에서 만나 조례 관련 내용을 발언하지 말라고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육감이 연설을 예정대로 하겠다고 하자 김 의장은 “그럼 시정연설을 제지하겠다”고 답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김 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추경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인데 두 조례는 추경안과 관련이 없다”며 “양당 원내대표를 불러 검토해보라고 했고 양당이 협의가 안 돼 정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장의 이런 조처는 사실상 의장 고유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의회 회의 규칙 제65조는 의회에 예산안이 제출된 경우 시장과 교육감으로부터 설명을 듣도록 하고 있을 뿐 특정 내용이 포함돼선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 통상 시정연설은 업무 전반에 대한 행정부의 방침, 의견 등을 두루 담는다. 조 교육감도 13일 시정질문 답변 과정에서 “왜 시정연설문에 그런 내용을 넣었냐 비판할 순 있지만 (그건) 통상적인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이날 논평을 내어 “(의장이) 시민이 당연히 알아야 할 내용을 사전에 검열하고 수정하려는 건 지방자치법상 의장의 직무도 아니고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다해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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