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손기정체육공원 내 러닝러닝센터에 임시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독자 제공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수의 업적을 기리고, 러닝(달리기)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조성한 ‘러닝러닝센터’(Running Learning Center)가 9개월째 문을 열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서울시로부터 시설 관리를 위임받은 중구가 러닝센터를 교육시설로 용도를 변경한다는 계획이지만, 인근 주민과 이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구는 14일 <한겨레>에 “센터의 수익률이 낮아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 다른 공간으로 활용하려고 다각도로 모색 중”이라며 “인근에 교육시설이 부족해 교육지원센터로 운영할 계획도 세워둔 상태”라고 밝혔다. 서울 중림동 손기정체육공원 안에 위치한 러닝러닝센터는 2021년 4월 손기정체육공원이란 이름의 취지에 맞게 러너들을 위한 도심 속 거점 공간이자, 잘 알려지지 않은 대한민국 마라톤 영웅들을 알리는 공간으로 출발했다. 러너들이 사용할 수 있는 라커룸, 샤워실 등과 러닝트랙과 연계한 라운지, 카페 등을 구비하고, 러닝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강좌를 마련해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 기간에도 문을 연 센터는 지난해 9월 돌연 문을 닫았다. 센터는 지난해 초까지 서울시에서 위탁을 맡겨 운영했지만, 지난해 4월부터 위탁을 종료하고 운영권을 소재지 구청으로 위임했다. 전임 박원순 시장 시절 추진했던 도시재생사업이 오세훈 시장 취임 뒤 폐지되거나 축소된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0월 배포된 손기정체육공원 재개장 자료를 보면 서울시는 손기정체육공원과 서울로7017 공중보행길을 같은 날에 문을 열면서 보행을 키워드로 한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운영권을 위임받은 중구는 센터를 카페로만 운영했고, 별도의 운영경비도 배정하지 않았다. 러닝센터로도 활용하지 않았다. 5개월 동안 센터를 카페로 운영하던 중구는 적자를 이유로 센터 문을 닫고 리모델링을 준비 중이다.
이용자들은 중구의 이런 방침이 애초 손기정체육공원을 만든 취지와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러닝센터가 러너들의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 동네 주민들도 운동하다가 씻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는 등 효용이 높았다는 주장이다. 러닝센터에서 강의를 들었다고 밝힌 조아무개(33)씨는 “러닝 인구가 많이 늘었지만, 다른 운동처럼 주법이나 테크닉을 배울 수 있는 강의가 많지 않다”며 “별도의 러닝트랙이 있고, 서울로7017을 이용해 남산까지 갈 수 있는 도심의 좋은 환경에서 국가대표 코치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50대 이용자는 “‘러너들의 성지’로 육성한다며 좋은 시설 만들어놓고, 왜 놀리는지 이해가 안 된다. 달리기를 사랑하는 오세훈 시장이 이런 사정을 안다면 뭔가 방법을 찾아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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