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있는 동대문청소년독서실 학습공간 전경. 평일인 1일 낮에도 학생들이 가득 차 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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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500원.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청소년독서실을 하루(아침 9시~밤 11시) 동안 이용하는 비용이다. “껌값도 1000원이 넘는 시대에”(동대문구 ㄱ독서실 관계자) 구립 청소년독서실 이용료는 2012년부터 10년 넘게 같은 가격을 유지 중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청소년에게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조처다.
문제는 이런 동대문구 구립 청소년독서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7일 노연우 동대문구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구는 지난해 9월 청량리 청소년독서실 위탁 운영 계약을 종료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휘경 청소년독서실, 12월 전농·배봉꿈마루 청소년독서실을 잇따라 폐관했다. 지난달 1일엔 용두 청소년독서실 운영계약마저 종료하면서 청소년독서실은 10곳에서 절반인 5곳으로 줄었다.
청소년독서실은 현재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이 위탁 운영하는 이문·답십리·전일·답십리2·동대문 청소년독서실만 남은 상태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속적인 운영 여부가 불투명하다. 동대문구 아동청소년과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열린 동대문구의회 복지건설위원회에서 “공단에 위탁을 맡긴 5개가 2023년에 2곳, 2024년도에 3곳이 계약 만료가 된다”며 “이용률 등 여러가지 검토를 해서 폐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이 위탁 운영 중인 구립 청소년독서실 5곳의 2023년 상반기 이용률. 동대문구청·노연우 의원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구가 내세우는 폐관 이유는 ‘저조한 이용률’이다. 하지만 노 의원은 구청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휘경 독서실은 2020년 기준 이용률이 64%로 관내 10개 청소년독서실 중 가장 높았는데도 폐관이 결정됐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용률이 불가피하게 감소된 점도 구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현재 운영 중인 청소년독서실 5곳의 이용률을 보면 2019년 87%를 기록한 뒤 2020년 39%, 2021년 24%로 떨어졌지만 2022년 45%로 다시 늘었다. 올해 상반기(1~6월) 평균 이용률은 71.1%, 6월 평균 이용률은 89%로 코로나 이전 수치를 사실상 회복했다. 동대문청소년독서실 관계자는 “하루 평균 150명이 찾는데 자리가 없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구는 지난해 9월 “폐관 시 청소년을 위한 인공지능(AI) 놀이터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러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폐관된 청소년독서실 건물은 새마을지회·바르게살기협의회·자유총연맹·동대문구체육회 등 각종 단체나 정보화교육장·교육지원센터 등 구청 각 과의 추가 사무실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노 의원은 구의 이러한 조처가 저소득 청소년의 학습 기회를 사실상 차단한다고 우려했다. 노 의원은 “도서관은 학습 전용 공간이 아니라 청소년독서실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저소득 청소년은 하루아침에 공부 장소를 잃어버리게 됐다”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학습 격차가 삶의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청소년독서실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