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지하에서 관계자에게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에 국내 최초로 지역단위 도시개발에 대한 친환경·저탄소 평가인증제도가 생긴다. 용산 철도 정비창 부지에 추진될 국제업무지구가 지역단위 친환경 인증제도의 첫 적용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18일 오후(현지시각) 친환경으로 개발된 미국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 단지’(WTC Campus)를 둘러보고 미국그린빌딩협회(USGBC)와 ‘서울시 친환경 도시개발 인증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미국그린빌딩협회는 친환경 평가인증체계 리드(LEED)를 개발, 운영하는 비영리단체다.
서울시는 그동안 개발사업에 대해 녹색건축인증(G-SEED), 제로에너지빌딩 인증(ZEB) 등 국내 평가 인증제도를 활용해 건물 단위 중심으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단지나 지역 차원의 종합적인 친환경 계획 수립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는 없어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오 시장은 서울의 특성에 맞춘 지역단위 친환경 평가인증체계인 ‘리드 엔디 서울’(LEED ND SEOUL)을 개발,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캐나다, 인도, 브라질 등에서 기존 리드 인증제도를 국내 실정에 맞게 개발해 운영하고 있으나, 도시 단위 인증체계의 개발은 서울이 첫 시도다.
오 시장은 이날 세계무역센터 단지를 둘러보며 리드 엔디 서울을 용산 정비창 부지에 들어설 국제업무지구에 첫 적용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오 시장은 “구역 단위로 전부 리드를 인증한다면 제일 먼저 용산(국제업무지구)이 가능하지 않겠냐”며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고, 에너지도 최대한 절약해 지속가능한 공간으로서 전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으로 만든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세계무역센터 지하 교통허브(오큘러스)의 건축 모델을 용산에 참고하고 싶단 바람도 드러냈다. 지하철역과 철도역, 쇼핑몰이 함께 있는 이곳은 기둥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오 시장은 “이렇게 넓은 공간에 기둥이 없어 개방감과 공간감이 느껴진다”며 “용산 밑에도 이런 공간이 만들어지면 음악회나 버스킹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이날 오 시장이 둘러본 세계무역센터 단지는 대표적인 구역단위 친환경 도심 개발사업 사례다. 9·11 테러로 무너진 무역센터를 다시 짓고, 추모시설과 녹지공간, 교통허브, 상업시설을 함께 만든 곳이다. 랜드마크인 제1세계무역센터(1WTC)를 포함한 대부분의 건축물이 리드 ‘골드’ 등급 이상을 받았으며, 2025년까지 온실가스 35% 감축, 2050년까지 80%를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뉴욕/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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