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철책 제거 전(왼쪽)·후 사진. 인천시 제공, 이승욱 기자
인천시의 해안 군부대 철책 제거 사업이 친수공간 조성이라는 원래 정책 목표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최근 중구 영종도에 있는 인천환경공단 운북사업소 인근 0.7㎞ 해안도로에 있는 군부대 철책을 제거했다고 20일 밝혔다. 이후 시는 삼목항~해안북로 수문 12㎞, 안암유수지 구간 4㎞에 설치된 군부대 철책을 제거할 계획이다. 이번 운북사업소 인근 군부대 철책 제거는 국방부가 2018년 해안 군부대 경계철책 제거 계획이 담긴 ‘국방개혁 2.0’을 발표한 뒤 지난 3월 인천시와 제17보병사단이 ‘철책 철거 사업을 위한 합의각서’를 체결하면서 진행됐다.
하지만 20일 군부대 철책 제거 현장을 가보니 철책을 없앤 곳에는 120㎝ 높이의 안전펜스가 새로 설치돼 있었다. 과거 군부대 철책과 비교했을 때 철책 위에 있던 윤형(바퀴 모양) 철조망이 사라진 것을 빼면 높이나 크기 등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안전 펜스에 ‘군사보호구역’이라며 ‘출입을 통제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는 곳도 있었다. 인근에서 일하던 물류업체 직원은 기자에게 “철책 교체가 아니라 제거 사업이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인천시와 17사단이 업무협약을 할 때부터 예견됐다. 인천시는 애초 해안 철책을 전부 없애는 방안을 두고 군부대와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군부대는 경계 작전상 필요 때문에 안전펜스는 있어야 한다고 고집했다고 한다.
문제는 철책제거 비용과 안전 펜스 유지 관리비 모두 인천시가 부담한다는 점이다.
운북사업소 인근 철책 제거에는 3억원의 시비가 투입됐다. 인천 중구 등 기초자치단체들은 안전펜스 안쪽에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등 해안친수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을 두고 군부대와 협의 중이지만 진전된 내용이 없다.
국방개혁 2.0 발표 뒤 인천에서는 21㎞ 길이의 해안 철책이 철거됐다. 하지만 철책이 사라진 구간 전역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안전펜스가 새로 설치됐다. 해안친수공간이 조성된 곳도 남동구 아암대로 2㎞ 구간이 전부다.
인천시는 군부대와 안전펜스를 포함해 모든 철책을 전면적으로 철거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인천시 쪽은 “해안 철책을 전면적으로 제거하는 방안에 대해 군부대에서는 거부감이 컸다”며 “안전펜스 설치는 철책 전면 철거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안전펜스가 설치됐더라도 바닷가 출입이 불가능한 게 아니다. 안전펜스 설치 구역에 해안친수공간을 조성하는 사업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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