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7월16일 소방 관계자들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서울시내 지하차도 163개소 가운데 79개소는 집중호우 시 침수에 대비하기 위한 자동차단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현재 서울시 전체 지하차도의 48.5%(79개소)는 빗물이 유입되는 걸 막아주는 자동차단시설이 설치돼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지하차도는 총 163개소로 시가 관리하는 곳이 117개소, 자치구가 관리하는 곳이 46개소다.
지난 7월 발생한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와 2020년 부산 초량1지하차도 침수 사고에서 나타나듯 지하차도는 자연재난에 대응하기에 매우 취약한 공간이다. 서울시 역시 2022년 8월 강남지역 집중호우 때 반지하 주택을 포함한 저지대가 침수되고 대피가 지연되면서 인명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 지하차도 안전관리 현황을 보면 집중호우 등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별도 차단시설이 없는 지하차도 79개소 중 54개소는 ‘진입통제 전광표지판’만 설치돼있다. 폐회로티브이(CCTV)가 설치되지 않은 지하차도는 21개소다. 전기시설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력시스템인 ‘수배전반’이 지상이 아닌 곳에 있거나 비상발전기가 없는 지하차도도 각각 13개소로 나타났다. 예비펌프가 없는 지하차도는 동대문구와 용산구에 각각 1곳씩 모두 2곳이다.
지하차도 침수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시민들의 사회적 불안감이 높지만 서울시는 오히려 지하차도 건설을 확대하는 추세다. 동부간선도로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지하화에 돌입했다. 서울 금천구 디지털3단지~두산길과 양천구 국회대로 역시 지하차도를 건설할 예정이다. 강남구 테헤란로, 도곡로, 언주로도 지하화를 검토하고 있으며 강북구 월계로(창문여고~북서울꿈의숲)에 지하도로를 건설하고 경부간선도로를 지하화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임호선 의원은 “부산,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지하차도 안전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는데 인구가 밀집된 서울도 (이러한 참사 위험에서) 예외가 아니다”라며 “전면적인 지하차도 안전시설을 점검하는 한편 자동차단기 설치 등에 예산을 우선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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