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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역사…인천 ‘대인상회’ 원형 잃을 위기

등록 2023-10-18 18:40수정 2023-10-19 02:33

건물 위쪽에 ‘대인상회’ 글자가 툭 튀어나와 있다. 일제강점기에 유행한 간판 양식으로 인천에서는 현재 2∼3곳의 건물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이승욱 기자
건물 위쪽에 ‘대인상회’ 글자가 툭 튀어나와 있다. 일제강점기에 유행한 간판 양식으로 인천에서는 현재 2∼3곳의 건물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이승욱 기자

지난 16일 오후 인천 동구 헌책방거리 골목에 자리잡은 ‘대인상회’ 앞. 건물 주위에는 “붕괴 우려로 골목길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고원기씨의 안내를 받아 건물 2층으로 올라갔다. 창문 사이로 건물 뼈대를 이루는 목재가 썩어 갈라진 게 보였다. 시멘트 외벽도 떨어져 나갔다. 고씨는 “비가 스며들어 나무가 썩고, 벽이 군데군데 뜯겨 나갔다. 건물 전체가 다 그렇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인상회 건물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목재로 기둥과 보를 세운 뒤 외부에 시멘트를 덧발라 마감하는 방식으로 지어졌다. 특이한 점은 덧바른 시멘트 위에 글자가 튀어나오게 처리한 ‘양각 기법’ 간판이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부터 유행한 간판 양식으로, 인천에는 인근 ‘조흥상회’ 건물 등 2~3곳에서만 볼 수 있다.

대인상회는 애초 쌀가게였으나, 1970년대 고씨의 할머니가 사들여 토끼고기를 파는 식당으로 바꿨다. 당시에는 비싼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싼값에 고기를 먹을 수 있는 토끼고기 식당에 세금 감면 혜택을 줬다고 한다. 지금은 토시살 숯불구이집으로 음식점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인천 동구는 민선 7기 때 이 건물의 생활사적 가치를 인정해 대인상회로 향하는 골목 어귀에 이런 내용을 담은 안내문을 설치하기도 했다.
대인상회 건물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 인천 동구가 대인상회 건물의 생활사적 가치를 인정해 설치한 안내문이 있다. 이승욱 기자
대인상회 건물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 인천 동구가 대인상회 건물의 생활사적 가치를 인정해 설치한 안내문이 있다. 이승욱 기자

그러나 건물은 흐르는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부서진 2층 외벽 일부가 골목길로 떨어졌고, 구청으로부터 안전 조처를 강구하라는 공문이 날아왔다. 고씨는 “원형을 꼭 보존하고 싶지만, 건물이 너무 낡은데다 여러 사정이 있어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며 “문제는 너무 많은 비용”이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지역 사회에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공매입’ 등의 방법으로 건물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비슷한 간판 양식의 조흥상회 건물의 경우, 문화재청 특수법인 ‘문화유산국민신탁’이 긴급 매입했다. 주변에는 옛 여인숙 건물을 동구가 사들여 만든 ‘아트스테이 1930’ 사례도 있다.

민운기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간사는 “대인상회 건물도 역사적, 생활사적 가치가 있다. 인천의 근대 상업 역사가 깃든 건물을 지키기 위해 공공매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도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건물은 공공매입을 한 사례가 있는 만큼 대인상회도 비슷한 방식이 검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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