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사 정은주씨가 경증장애인 한광락씨 커트를 하고 있다. 배현정 기자
문턱이 없고 출입구 폭이 넓었다. 동작 감지 센서가 달린 자동문도 설치돼 있었다. 육중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쉽게 그곳으로 들어갔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장애인복지관 ‘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 문을 연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 한우리’ 얘기다. 헤어 한우리는 약 32㎡ 규모로 장애인들의 편의에 초점을 둔 시설과 장비를 갖춘 곳이다.
지난 20일 ‘헤어 한우리’에서 만난 경증장애인 한광락(71)씨는 출입이 편리한 헤어 한우리가 마음에 들어 이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한씨는 “미용실을 갈 때마다 문턱을 넘거나 무거운 문을 여러번 열어야 하는 점이 불편했다”며 “조그마한 불편까지 다 제거한 시설이 준비돼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곳엔 머리를 다듬는 의자에서 바로 머리를 감을 수 있는 ‘장애인 맞춤 일체형 샴푸대’도 있다. 리모컨으로 조작하면 의자가 세면시설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근육이 약한 장애인을 위해 팔과 다리, 허리를 고정해주는 고정 줄도 있다. 또 휠체어에서 미용 의자로 편하게 옮겨 앉을 수 있도록 돕는 이동식 리프트도 함께 마련돼 있다.
시설만 구비한 것이 아니다. 장애인 미용 경험이 풍부한 25년 경력의 미용사 정은주씨와 한우리정보문화센터 사회복지사 1명이 함께 이곳에 상주한다. 커트가 끝난 뒤 두피 마사지기계를 꺼내 세심하게 손님을 보던 정씨는 “장애인들은 집에서 자주 씻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보니 머리 감기 전에 더 시원하라고 해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용을 마친 한광락씨가 사진을 찍고 있다. 배현정 기자
장애인복지관 안에 있어 접근성을 높인 것도 강점이다. 복지관 프로그램이나 편의시설을 이용하러 왔다가 쉽게 들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날도 복지관을 방문한 장애인들이 연달아 찾아와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묻자, 배은샘 사회복지사가 미용 시술 가격과 예약 방법 등을 안내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1인 미용실인 이곳은 서초구 등록 장애인 또는 한우리정보문화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등록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다. 커트, 파마, 염색을 받을 수 있고 가격대는 최대 4만원이 넘지 않는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은 50% 할인한 가격에 이용 가능하다.
미용실 한쪽 벽면엔 미용을 마친 장애인들이 활짝 웃는 폴라로이드 사진이 걸려 있었다. “아버님, 여기 배경으로 사진 한장 찍어드릴게요.” 배씨가 말하자 한씨는 어색해하면서도 미소를 머금었다.
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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