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신상진 경기도 성남시장이 성남시립의료원을 대학병원에 위탁운영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성남시 제공
경기도 성남시가 성남시의료원 운영을 대학병원에 위탁하기로 했다. 지금의 직영체제로는 재정난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의료·시민단체는 ‘시민 세금으로 지은 공공병원을 민간에 통째로 넘기는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성남의료원은 전국 공공의료원 가운데 주민 발의로 설립된 첫번째 의료기관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14일 성남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의료원은 시민 외면과 과도한 손실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개선 방안 타당성조사 용역 결과와 시민 및 전문가 의견 등을 검토해 위탁운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의료원은 개원 3년이 됐는데 연도별 하루 평균 수술 건수가 최소 2.2건에서 최대 5.7건에 그치고, 이마저도 일반·경증질환 비율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동네 병의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 부담도 언급했다. 시는 2016년 의료원 법인 설립 뒤 올해까지 8년간 연평균 275억원의 출연금(총 2197억원)을 의료원에 지원했지만, 2020년 465억원, 2021년 477억원, 2022년 54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올해 역시 634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신 시장은 “대학병원 위탁운영은 필수 및 중증 진료, 미충족 의료뿐만 아니라 회복기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진료비 상승’ 우려는) 시장 직속 ‘비급여 수가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진료비 상승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이달 안에 보건복지부에 의료원 위탁 승인을 요청하고, 내년 초 시의회 위탁 동의와 수탁기관 공개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9월26일 성남시의회 앞에서 성남시의료원의 위탁운영을 반대하는 전국의료산업노조연맹 등 소속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성남시의료원노조 제공
‘성남시의료원 위탁운영 반대, 운영 정상화 시민공동대책위원회’ 등은 “정확한 시민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도 없었고, 의료원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도 없이 ‘정치적으로’ 위탁운영을 강행했다”며 반발했다. 김종명 성남시의료원 의사노조 위원장도 “개원하자마자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정상적 진료 활동을 하지 못해 적자가 날 수밖에 없었던 구조였고, 의료의 질 역시 의료 인력이 부족하고 시스템이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떨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환자 중심의 공공의료원이 아니라 수탁병원 중심의 의료원이 될 것이 뻔하다”며 “공공의료는 적극적인 투자와 ‘착한 적자’를 감수하지 않으면 환자가 아닌 공급자의 이익만 좇게 돼 의료의 질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성남시의료원은 2003년 성남 지역 시민단체들의 주도로 설립 운동이 시작됐고, 2019년 개원해 그해 12월부터 시범진료를 시작했다. 애초 509병상, 23개 과를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2020년 7월 정식 개원 전부터 코로나19 지역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사실상 일반 진료는 중단되다시피 했다.
지난 9월을 기준으로 성남의료원에는 의사직 정원 99명 가운데 55명만 근무하고 있고, 병상 활용률은 20%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성남시는 공석이 된 원장을 1년 넘게 뽑지 않고 정상화를 위한 지원도 하지 않아 경영 악화를 방조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인 신상진 시장은 지난해 7월 취임 뒤 ‘시의료원 운영방식 개선’을 민선 8기 공약사업으로 추진해왔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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