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4일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에서 아동 청소년 인권단체 회원들이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에 참가한 8살 어린이가 노키즈존의 부당함을 알리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제주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 아이와 함께 식당에 들어가려다 거부당한 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반면 아이를 위해 달걀프라이를 따로 부쳐 김·참기름과 함께 내주는 곳도 있더군요. 그때 감동을 잊을 수 없어 시작했습니다.”김씨가 참여한 건 최근 성동구가 시작한 ‘아이사랑 맛집 키슐랭’ 지정 제도다. ‘키슐랭 식당’은 성동구에 거주하는 6살 이하 어린이 동반 가족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김씨는 “아이들이 오는 걸 언제든 환영한다는 뜻을 알리고 싶어 ‘키슐랭 식당’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키슐랭 식당은 성동구가 2018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아이사랑 맛집’이 원래 이름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 자체가 줄면서 참여 업소가 급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외식산업이 다시 활성화되자 성동구는 세계적인 맛집 선정 브랜드 ‘미슐랭’과 아이를 뜻하는 ‘키즈’의 합성어인 ‘키슐랭’이란 이름을 걸고 사업 확대에 나섰다. 식당이나 카페 업주가 신청하면 구가 위생점검 등 간단한 행정 절차를 거쳐 지정한다.
서울 성동구 카페 ‘어썸블리스’ 입구에 놓인 아이사랑 맛집 ‘키슐랭’ 간판. 배현정 기자
“노키즈존이나 노시니어존처럼 특정 연령대나 집단의 출입을 제한해 사회적 갈등이 커지는 상황을 지역에서부터 극복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외식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소상공인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다”왕십리동에서 곱창집을 하는 김명미씨도 지난 9월 키슐랭 점포를 신청했다. 김씨는 “존중하고 배려하는 외식 문화를 일구는 데 필요한 제도다. 고객 자료가 신메뉴 개발 등 영업 전략뿐 아니라 마케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키슐랭’ 카페를 반년 남짓 운영해온 임금복씨도 “어린아이를 동반한 손님 때문에 불편하다거나 신경 쓰인다는 불평은 거의 듣지 못했다”고 했다.
’아이사랑맛집’ 간판을 단 성동구의 한 키슐랭 식당 모습. 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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