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영어 강사에서 ‘자이언트 플라워리스트’ 강사로 전직한 정혜선씨. 그는 자신과 같은 강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서울시 제공
70대까지 일하고 싶지만 현실은 평균 49.4살 퇴직이다. 지난 5월 통계청이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의 ‘고령층(55~79살) 부가조사’ 결과가 그렇다. 20년은 더 일하고 싶지만 사업 부진, 건강 악화, 가족 돌봄 등을 이유로 일자리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
영어 강사로 일하던 정혜선(41)씨도 조금 이른 퇴직을 겪었다. 2019년 결혼해 연년생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자연스럽게 경력이 단절됐다. 앞으로 어떻게 일할지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버스에서 ‘서울런 4050’ 광고를 봤다. 정씨는 “다시 취업하기엔 나이가 많다고만 생각했는데 ‘40’ 자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도 꽃에 관심이 있어서 ‘자이언트 플라워리스트(종이, 실크 등으로 대형 꽃 모형을 만드는 사람) 도전하기’ 수업을 듣게 됐다”고 했다.
‘서울런 4050’은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중장년의 직업 전환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기존 ‘서울시평생학습포털’을 개편한 프로그램이다. 재단 관계자는 “(퇴직 연령을 고려해) 지원 대상을 40대로 확대했다”며 “직업역량 강화 교육이나 재취업·창업 등 일자리 지원, 생애·경력설계 상담 프로그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직·전직, 창업, 소규모 비즈니스 등 40대 직장인이 선호하는 특화 콘텐츠도 있다. 정씨가 수강한 프로그램 역시 40대 대상 직업전환 교육으로 지난 7월부터 시작됐다.
정씨는 이 수업을 들은 뒤 삶의 경로가 완전히 바뀌었다. “재단 강의를 들은 뒤 (나와) 잘 맞아 추가로 학원을 다니며 배웠다”는 정씨는 현재 강북50플러스센터 등에서 ‘자이언트플라워’ 만들기를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자신처럼 경력단절 여성을 강사로 양성하고, 요양원 등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수업을 하는 것이 삶의 새로운 목표가 됐다. 그는 “재단에서 수업을 들은 뒤 4개월 만에 (삶이) 바뀌었다”며 웃었다.
이희성씨가 경기도에 차린 작은 목공방. 그는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을 통해 실력을 쌓고 있다. 본인 제공
이희성(54)씨도 올해 재단이 제공하는 ‘중장년 직업역량개발교육’을 통해 인생 2막을 설계하고 있다. 그는 목공 수업과 역사문화체험학습 강사 과정을 수강했다. 목공방 창업을 준비 중인 이씨는 “더 잘 만들 수 있게 되면 온라인에서 판매하려고 한다”고 했다. 역사문화체험학습 강사 민간 자격증도 따 벌써 네차례나 초·중학생 현장학습에 강사로 참여했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니 재미가 있고, 재단 수업은 수업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부담도 덜했다. 지인에게도 틈만 나면 수강을 권하고 있다”고 했다.
재단이 지난해 서울시 중장년(만 40~69살) 시민 526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원정책 수요 조사를 보면, ‘일자리 지원’이 가장 많고 ‘디지털 격차 해소’와 ‘교육훈련’이 뒤를 이었다. 연령별 차이도 두드러졌는데 특히 50대 초반부터 ‘디지털 격차 해소’ 요구 순위가 높았다.
재단은 “40대 후반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퇴직을 마주한 중장년의 현실과 정책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며 “세대별 욕구에 맞춰 삶을 다시 설계하고 안정된 노후를 준비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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