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기자회견.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제공
한국지엠(GM)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낸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 항소심에서 일부 패소했다.
1일 한국지엠 노조 등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 제2민사부(재판장 김유진)는 지난 11월30일 한국지엠 사내하청 노동자 9명이 원청인 한국지엠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1차 사내 하청업체 소속 5명은 근로자 지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차 사내 하청업체 소속 4명은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 일부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원고(2차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피고(한국지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는 등 파견법에서 정한 근로자 파견 관계가 성립됐는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한국지엠이 생산지시서, 서열지시서, 표준작업서, 단위작업서를 통해 이들 노동자의 업무에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는 노동자들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산지시서와 서열지시서의 경우, 한국지엠이 도급인으로서 수급인의 노동자에게 일의 완성을 위한 지시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표준작업서와 단위작업서는 한국지엠과 2차 하청업체 사이에 있는 1차 하청업체인 ㄴ알미늄이 자체 제작한 것과 내용이 같다는 점에서 한국지엠이 노동자들을 따로 관리·감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번 항소심에서 패소한 2차 사내 하청업체 소속 4명을 포함한 모두 14명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바 있다.
또한, 이번 판결은 지난 1월 불법 파견 혐의로 기소된 카허카젬 전 한국지엠 대표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형사 재판 결과와도 엇갈려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당시 형사재판부는 카젬 전 사장과 한국지엠 간부 등 5명은 2017년 9월1일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 한국지엠 부평·창원 공장에서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 22곳의 노동자 1571명을, 2017년 9월1일부터 2018년 2월까지 한국지엠 군산 공장에서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 2곳에서 노동자 148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를 인정했다. 이 판결 당시에는 이번 민사 항소심에서 근로자 지위를 인정 받지 못한 4명도 불법 파견으로 인정된 1719명에 포함돼 있었다.
노조는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부는 범퍼 공정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는 공장 내 현실을 보지 않은 잘못된 결론”이라며 “이는 자본에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하는 편법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뿐”이라고 했다. 이어 “공장 내 모든 사내하청 근로자의 불법파견을 입증하고 철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