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옛 도심 재생사업의 하나로 중구 해안동 일대에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인 인천아트플랫폼의 전경. 이곳에서 레지던시, 전시, 공연, 교육 등 복합적인 문화활동이 펼쳐진다. 한겨레 자료사진
인천에서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공 작업 공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5일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 말을 종합하면, 지난 7월 시는 올해 인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인천아트플랫폼 사무를 수탁한 인천문화재단에 인천아트플랫폼 예술가 레지던시 사업에 대해 기존과 다른 사업 방향을 제출하라는 의견을 냈다.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에서 시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아트플랫폼의 역할과 기능을 바꾸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지난 8월 인천문화재단은 ‘낮은 시민 활용도’를 이유로 전국 단위 공모 방식의 레지던시 사업을 잠정 중단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내년도 사업 계획서를 시의회에 냈다.
이 때문에 아트플랫폼 입주 작가들은 “레지던시는 안정적 창작 공간을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지역 문화예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공론화 없는 성급한 의사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교흥·유동수·박찬대·허종식 국회의원도 보도자료를 내어 “수많은 전문가가 인천의 인천아트플랫폼을 도시재생과 문화를 접목한 우수 사례로 꼽고 있다. 그럼에도 그런 역할이나 가치를 인천시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인천아트플랫폼 운영 방향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인천 예술가를 위한 레지던시는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천 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레지던시는 올해 3명을 지원해 주는 데 그쳐 전체 레지던시 사업 지원 예술인(21명) 대비 14% 수준이다. 따라서 인천 지역 예술가를 위한 레지던시 사업 규모가 2배 늘어난다 하더라도 6명에 불과하다. 또 “전국 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레지던시는 다른 공간을 알아보는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이를 반영하지도 않았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인천시가 원도심 도시재생 목적으로 인천 중구에 있는 개항기 근대 건축물과 인근 건물을 사들여 조성한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다. 임대료 없이 예술가에게 작업 공간을 제공하는 레지던시 사업이 주로 진행된다. 올해도 21명의 예술가에게 입주 공간을 제공했다. 2010년 시작된 레지던시는 현재까지 396명의 예술가가 이용했다. 예술계에서는 인천아트플랫폼을 국립현대미술관이 운영하는 창동, 고양 레지던시 등과 함께 국내 5대 공공 레지던시로 뽑기도 했다.
인천아트플랫폼 내 예술가 레지던시 공간. 이승욱 기자
예술가를 위한 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인천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문화재단이 2009년부터 지역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운영했던 서교예술실험센터는 올해를 끝으로 문을 닫는다. 건물 소유주인 마포구가 공간 제공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마포구는 아직 이 공간의 활용 계획도 세우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예술가를 위한 레지던시 사업을 펼치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도 자원회수시설 예정지로 정해져 2025년부터 문을 닫는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미술관 쪽은 “레지던시 사업을 펼치려는 의지는 강하다”며 “서울시와 함께 대체 공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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