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주민이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에서 치과 진료를 받는 모습. 서울시 제공
서울의 한 쪽방촌에 거주하는 ㄱ씨는 지난해 여름 뇌경색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해진데다 치아가 안 좋아 밥을 잘 못 먹곤 했다. 그러다 동네에서 무료로 치과 진료를 하는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가 생겼단 얘기를 듣고 방문했다. 치과 치료가 익숙지 않은 그는 “처음엔 너무 겁이 나 마취 주사만 맞고 집에 돌아갔다”고 했다. 다시 용기를 낸 건 며칠 뒤 동네에서 센터 관계자와 마주친 뒤다. ㄱ씨는 “치과 선생님이 꼭 다시 오라고 하신 말씀에 용기를 내서 다시 치과를 찾았고, 그 뒤론 열심히 치료받으며 임플란트도 했다”고 했다.
ㄱ씨와 같은 쪽방촌 주민을 상대로 서울시와 우리금융미래재단, 사단법인 행동하는의사회가 함께 운영해온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가 개소 1년 만에 753명을 치료하는 성과를 냈다. 서울시는 14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상담소에서 성과보고회를 열고 “주민의 72%가 만족하는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1일 돈의동 쪽방상담소에서 처음 진료를 시작한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는 전국 최초로 마련된 쪽방 주민을 위한 무료 치과 진료소다. 2021년 서울시가 실시한 쪽방 주민 실태조사에서 ‘쪽방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 1위(32.6%)로 ‘치과 진료’가 꼽히자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쪽방촌 지원 종합대책’ 핵심 과제로 무료 치과 진료 사업을 포함했다.
지난 1년간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는 총 123일 진료를 했다. 진료소 내부에 파노라마 엑스레이까지 설치해 정밀한 진단이 필요한 임플란트(2건)와 틀니(45건) 치료도 이뤄졌다. 이 밖에도 치주 치료 142건, 신경 치료 79건, 충전 치료 109건 등 총 935건의 진료를 진행했다.
‘치아 건강’은 건강 불평등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 10~11월 실시한 ‘쪽방주민 치과진료 실태조사’(391명) 결과와 2016~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비교하면, 쪽방 주민은 ‘65살 이상 서울 시민’에 견줘 구강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 2.5배 많았다.
이번 실태조사를 실시한 한동헌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는 “쪽방 주민들의 치과 치료뿐 아니라 치료 후 관리도 중요해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처럼) 주민 가까이에서 쉽게 구강 관리를 도울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치과 의사, 치위생사 등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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