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정비사업 조합 임원이 용역업체로부터 금품을 받는 걸 막을 방법은 없을까. 조합 업무를 보조하는 홍보요원이 조합원을 찾아와 특정 방향으로 투표를 종용하는 사례는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서울 서대문구가 이처럼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정리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한 ‘서대문구 재개발·재건축 백서’를 16일 전국 최초로 펴냈다.
부동산 정비사업은 추진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모든 조합원이 사업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존재한다. 이를 이용해 일부 조합 임직원이 뇌물을 받거나 조합비를 횡령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해 서대문구의 실태조사 결과, 북아현 3구역 재개발 조합 집행부가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위반한 점이 드러나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서대문구가 백서를 펴낸 건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막고 정비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추진위원회 구성부터 조합 설립 인가, 시공자 선정, 사업시행계획·관리처분계획 인가 등 단계별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현황을 분석하고 관련 사례를 소개한 점이 특징이다. 공무원·변호사·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서대문구 조합 운영 실태 점검반’이 실제로 적발한 위반 사례 42건도 함께 담았다.
백서는 도시정비법 개정을 포함한 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예컨대 홍보요원의 투표 종용이나 의사결정권 왜곡을 막기 위해선 “재난 상황이 아니라도 전자투표가 상시 가능하도록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조합 임원이 용역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걸 막기 위해선 “용역계약별 업무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문화해 제한경쟁이나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선정하는 분리발주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개선안을 내놨다. 다만 이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서울시는 물론이고 국토교통부, 국회의원실과도 꾸준히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에선 현재 총 55곳에서 부동산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인왕시장·유진상가 일대 홍제 권역이 ‘서울시 역세권 활성화 사업’ 후보지에 선정됐고, 구청이 신촌 연세대 앞 경의선 철도 지하화 조성을 검토하고 있어 각종 정비사업이 잇따라 진행될 전망이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