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돈의문(서대문) 복원에 앞서 돈의문박물관마을을 녹지공간으로 바꾸고 주변 일대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사실상 “죽은 공간이 됐다”는 이유인데, 세운상가 철거처럼 ‘전임 시장 지우기’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녹지화 계획에 따라 박물관마을에 남은 역사·문화 자산도 사라질 처지다.
오 시장은 1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돈의문박물관마을을 녹지공간으로 바꾸고 서울역사박물관부터 강북삼성병원까지 그 주변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라진 돈의문의 원형을 복원하기에 앞서 그 일대를 정비하면서 복원 여부에 대한 시민들의 여론을 듣겠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굳이 많은 예산을 들여 돈의문을 복원하는 이유로 ‘역사성’과 함께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생각보다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애초 2003년 ‘도시환경정비사업’(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돼 전면 철거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 일대에 조선시대부터 형성된 골목길과 근대 양식 건축물이 남아 있는 등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자, 서울시는 2014년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마을의 원형을 일부 보존하면서 박물관 마을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민의 역사문화 자산으로 남기겠다”(서울시 ‘돈의문박물관마을 조성과정 기록백서’, 2018년)는 취지였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이곳을 없애고 녹지로 바꾸겠다는 뜻을 이날 분명히 밝혔다. 그는 “(저의) ‘서울 대개조론’ 핵심은 녹지면적 확보”라며 “(이곳처럼) 활용도가 매우 낮아진 공간을 중심으로 (녹지를 확보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선 ‘리버버스’ 운항을 본격화하는 것도 주요하게 거론됐다. 9월부터 리버버스를 운항하고 이를 기후동행카드, 공공자전거인 ‘따릉이’와 연결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게 오 시장 구상이다. 오 시장은 “리버버스 (선착장과) 지하철역이 연계된 곳은 세군데밖에 없다. 성공 여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따릉이 시스템과의 연계”라며 “가격도 대중교통 기능을 할 수 있는 정도로 책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경기도 김포시 등이 서울 편입 의사를 밝히면서 불거진 ‘메가시티’론에 대해선 총선 이후에 본격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오 시장은 그러면서 “지역에서 유입되는 인구 비율을 보면 (서울보다) 경기도로 들어가는 인구가 훨씬 많다”며 ‘메가시티’ 논의가 ‘서울 집중’을 가속화한다는 지적에 반대했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시점에서 ‘핵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오 시장은 “현실 정치인이 핵무장의 필요성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건 협상력을 제고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며 “언제라도 필요하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잠재력을 갖추고, 이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