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개의 대형화분이 추가로 놓인 서울 광화문광장. 이정규 기자 JK@hani.co.kr
서울시가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의 ‘불법천막’ 설치를 막기 위해 광화문광장 일대에 대형화분 135개를 설치했다. 우리공화당의 천막 설치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은 해소될 수 있지만, 시민들의 통행이나 정당한 집회나 시위에 또 다른 불편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달 25일부터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주변에 대형화분을 놓기 시작해 3일 현재 135개의 대형화분을 들여놓았다. 우리공화당이 이 자리에 ‘3차 천막’을 치겠다고 예고한 데 대한 대비책이라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시는 지난달 25일 오전 행정대집행을 통해 우리공화당의 불법천막을 철거했지만, 이날 오후 우리공화당이 천막을 설치했다. 우리공화당은 현재 천막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이유로 서울파이낸스센터 쪽으로 옮긴 상태다.
3일 광화문광장 남쪽광장에는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 주변으로 분수대가 작동하고 있으며, 서울시가 설치한 대형 3m 간격으로 135개의 대형화분이 놓여있다.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시는 지난 25일 오전 행정대집행을 실시한 뒤, 불법천막을 다시 설치하지 못하도록 15개의 대형화분을 그 자리에 놓았다. 그러나 우리공화당이 화분을 피해 천막을 다시 설치하고, 같은 달 28일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으로 천막을 옮겼다. 시는 우리공화당의 ‘3차 천막 설치’에 대비하고자 계속해서 화분을 추가 설치해 3일 오전까지 모두 135개의 대형화분을 설치한 것이다.
135개의 대형화분이 추가로 설치된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겨레하나 최계연 미래세대 국장. 이정규 기자 JK@hani.co.kr
이에 따라 한편에서는 불법 천막 설치를 막기 위해 들여놓은 화분이 정당한 집회와 시위, 기자회견 등에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던 ‘겨레하나’ 최계연 미래세대 국장은 “광화문광장에 화분이 설치됐다고 해서 1인 시위를 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갑자기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서 광화문광장으로 나올 때는 저 화분이 있으면 안 될 것이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설 때 화분을 치워달라는 요구를 하면 서울시는 바로 조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겨레하나는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시민단체다.
서울시의 이번 조처가 광장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성환 민주노총 문화국장은 “(광화문광장 남쪽광장에서 문화제를 열기에) 집회 인원이 많아서 광화문광장 뒤쪽(북쪽광장)을 쓰게 됐다”며 “광장은 넓게 탁 트여있어야 하는데 광화문광장 들머리에 화분이 있어서 통행에 불편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약 5만3천여명(주최 쪽 추산)이 참여한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 총파업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이아무개(26)씨는 “우리공화당의 천막 설치를 막기 위해 화분을 설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해된다”면서도 “우리공화당이 천막 설치를 또 예고한 만큼 화분이 언제 치워질지 기약할 수도 없을 것 같다. 하루빨리 광화문광장이 천막도 화분도 없는 온전한 시민의 공간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윤태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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