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친형 강제 입원 시도’ 등 직권남용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10일 오후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해 심경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직권남용과 선거법 위반 혐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10일 시작됐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로 균형을 잃고 무죄 판결을 했다”고 주장했고, 이 지사 쪽 변호인단은 “검찰이 기소 자체가 안되는 사안에 대해 공소를 제기한 것은 물론 심지어 재판과정에서도 객관 의무를 위반해 위법행위를 했다”고 반박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수원고법 형사2부(재판장 임상기)는 이날 오후 2시 수원법원 종합청사 704호 법정에서 항소심 제1회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 이날 항소이유서를 통해 “(이른바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해)1심은 피고인 제출 자료를 판결문 18쪽에 걸쳐 할애했으나, 검찰이 제출한 의사 소견서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다”며 “1심은 균형을 잃은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사건의 핵심은 피고인(이 지사)이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방해된다고 판단해 자신의 친형을 옛 정신보건법 25조에 의해 강제입원 시킬 것을 마음먹고 직권을 남용한 것인데도, 1심 법원이 입법 취지에 반하는 판결을 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지사 쪽 변호인은 “검찰 공소사실의 가장 큰 전제는 이 지사의 친형 고 이재선씨가 2012년 이전에는 정신질환을 앓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재선씨는 이미 2002년부터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있으므로 검찰은 기소는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특히 변호인 쪽은 “검찰이 형사 절차의 기본인 ‘객관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공소 자체가 무효”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이를 법원에 제출해야 하지만, 검찰은 고 이재선씨가 2002년부터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증거가 있는데도 이를 재판 막바지까지 은폐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오는 8월 중순이 항소심 선고 시한인 점을 고려해 재판 진행을 빨리 진행하겠다”고 밝힌 뒤 다음 공판기일을 오는 22일 오후 3시로 잡았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범에 관한 재판의 경우 1심은 공소제기일로부터 6월 이내, 2심과 3심은 전심의 판결 선고로부터 3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4∼8월 보건소장 등을 시켜 고 이재선씨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을 지시하는 등 공무원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또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텔레비전토론회에서 이런 사실을 부인한 한 혐의도 추가 기소됐다.
이와 함께 같은 토론회에서 △시민운동을 하던 시절 아파트 특혜분양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사 사칭 전력이 있는데도 이를 부인한 혐의와 △성남시장으로 일하며 분당 대장동 개발 업적을 부풀린 혐의 등으로도 기소됐다.
하지만, 1심은 지난 5월16일 이들 4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45분께 법원에 도착한 이 지사는 “재판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게 돼 도민들께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 국가기관(검찰)은 냉정하게 객관적 실체를 드러내고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게 임무인데 피고인에게 유리한 결정적 증거를 은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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