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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복지’ 일몰제 추진에…“다양한 복지정책 필요” 반기

등록 2019-07-12 04:59수정 2019-07-12 19:15

175개 시군구 참여한 특위
서울 중구 노인수당 10만원 도화선
중앙정부에 `옥석 가리기’ 권고 방침

51개 지자체는 특위에 불참
맞춤형 정책 막는 건 자치권 침해
전문가들도 “복지 실험 위축 우려”
박근혜 정부 시절 중앙정부가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을 직권 취소하자, 서울시가 이에 항의해 서울도서관 벽에 내건 대형 걸개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박근혜 정부 시절 중앙정부가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을 직권 취소하자, 서울시가 이에 항의해 서울도서관 벽에 내건 대형 걸개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 중구의 ‘어르신 공로수당’(노인수당)을 계기로 촉발된 기초지방정부의 이른바 ‘현금성 복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 175개 지역 시장·군수·구청장이 “무분별한 현금성 복지를 막겠다”며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를 꾸려 단체 행동에 나서면서, 현금 복지를 둘러싼 지방정부 간 찬반 논쟁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한편에서는 특위 출범으로 지방정부의 다양한 복지 실험이 위축되고 자치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공동회장단은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과 연령, 소득수준에 따라 ‘차이는 있되 차별은 없는’ 복지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에 기초지방정부들이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지난 4일 협의회가 “무분별한 현금 복지 신설에 제동을 걸겠다”며 산하에 복지대타협특위를 출범시킨 데 이은 공식 선언이다. 특위는 전국 기초정부의 ‘현금 복지’를 실태 조사해, 성과가 있는 사업은 국가 주도 복지사업으로 추진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반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사업은 일몰제를 적용해 해당 지방정부에 폐기할 것을 권고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가 사회보장위원회를 통해 지방정부의 복지정책을 제한하고 있지만,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현금성 복지사업을 도입하면 지방재정 악화와 지역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특위의 일몰제 적용 방침이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 지방정부가 지역 실정에 맞게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다른 지방정부들이 폐지를 권고하기 때문이다. 11일 현재까지 전국 226개 기초지방정부 가운데 참여 의사를 밝힌 지역은 175곳이다. 특위에 참여하지 않은 한 지방정부 관계자는 “지방정부의 정책을 다른 지방정부가 폐기하라고 하는 것은 자치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특위가 특정정책 폐지를 요구하지 않고 지방정부의 복지정책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힘을 모으는 모임으로만 활동한다면 참여를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기초지방정부 사이에서 ‘현금 복지’ 논란이 시작된 것은 서울 중구가 만 65살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와 기초연금 대상자에게 다달이 10만원의 노인수당을 지급하면서다. 이에 중구와 맞닿아 있는 성동구가 지역 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중구와 성동구 경계에 있는 한 아파트는 동에 따라 행정구역이 나뉘는데, 같은 아파트 안에서도 관련 수당을 받는 이들과 못 받는 이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더욱이 성동구의 재정자립도는 34%로 중구(54%)보다 20%포인트나 낮은데, 인구는 약 30만명으로 중구 인구(12만명)의 배가 넘는다. 중구처럼 노인수당을 지급하면 1년에 약 28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 성동구의 설명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사는 지역에 따라 차별이 생기면 결국 지방정부들이 ‘현금 복지’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현금 복지를 막자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경쟁과 차별을 막자는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정 구청장이 주도해 복지대타협특위가 출범했다.

그러나 중구는 자치구마다 인구구성 등이 달라 집중하는 정책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청소년과 청년층이 많은 성동구와 달리 중구는 전체 인구의 17%가 65살 이상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노령화지수가 1위이자, 85살 이상 초고령층 빈곤율도 1위”라며 “중구는 노인에 대한 보편적 복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현금 복지는 중구뿐만 아니라 지역의 사정에 따라 전국 지방정부에서 시행 중이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비롯해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 경기 성남시의 ‘산후조리 지원금’, 강원도의 ‘육아기본수당’과 여러 지방정부의 농민수당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복지대타협특위가 지방정부의 다양한 복지 실험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복지 사각지대에 대해 지방정부가 독자적·창의적으로 복지정책을 펼 수 있게 해야지, 그런 노력을 제약해선 안 된다”며 “기본적으로 지방정부가 판단해 다양한 복지정책을 펼치고, 그 결과는 선거로 심판받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범중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도 “지방정부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다. 그 지역에서 여건이 돼 수당을 준다는데, 다른 지방정부에서 막아선 안 된다. 지금의 지방정부가 벌이는 여러 복지정책은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윤태 이정규 박현정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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