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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 채석장, 국내 최초로 문화재 지정…일부선 “문화재적 가치 있나?”

등록 2019-07-22 17:51

단종의 비 정순황후 릉인 사릉을 만들기 위해 석재를 채취했다는 기록이 북한산 구천계곡 일대 바위에 새겨져 있다. 서울시 제공.
단종의 비 정순황후 릉인 사릉을 만들기 위해 석재를 채취했다는 기록이 북한산 구천계곡 일대 바위에 새겨져 있다. 서울시 제공.
조선왕릉 가운데 하나인 사릉(단종 비 정순왕후의 능)에 쓰인 돌을 캐던 채석장 흔적이 서울 강북구 수유동 북한산 구천계곡 일대에서 확인됐다. 서울시는 이를 문화재로 지정한다고 밝혔으나, 한편에서는 채석장이 문화재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단종의 비인 정순왕후의 능을 조성할 당시 석재를 채취한 채석장이 구천계곡 일대에서 확인돼 이를 서울시 기념물 44호로 지정한다”며 “사릉 석물 채석장은 그동안 정확한 장소를 찾을 수 없었던 조선왕릉 채석장의 소재지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최초의 사례로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22일 밝혔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에 있는 사릉은 애초 정순왕후 송씨의 ‘묘’였으나, 숙종 24년 단종이 복위되자 묘에서 ‘능’으로 격상됐다. 이에 따라 격식에 맞는 각종 석물이 들어섰다. 그 때 쓰인 돌들이 구천계곡 일대에서 채취됐고, 그 사실을 바위에 새겨 남긴 글이 ‘사릉부석감역필기’다. 계곡에 쓰인 글씨를 찾아다니는 동호회인 한국산서회가 북한산 일대를 답사하다가 이 글을 발견해 서울시에 문화재 지정을 신청했다.

채석장 인근에는 인조의 셋째 아들인 인평대군(1622∼1658)이 1646년 자신의 호를 따서 지은 별장인 ‘송계별업’ 터도 있다. 건물은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별장이 들어섰던 곳으로 추정할 수 있는 터만 남았다. 서울시 문화재위원회는 사릉 석물 채석장과 함께 ‘송계별업’ 터도 시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문화재청과 협의해 채석장에 대한 전문연구도 수행할 계획이다.

전국 최초로 채석장이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반론도 나온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북한산 일대 뿐만 아니라 홍은동이나 창신동 일대도 조선왕실용 채석장으로 알려져 있다”며 “사릉은 민가묘에서 왕릉으로 격상된 곳이다. 그때 쓰인 채석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문화재로 지정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울시 관계자는 “조선시대 왕실용 석재를 채취한 곳이 많지만 그 현장에서 언제 누가 어떻게 일을 했는지까지 정확하게 기록된 곳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왕실의 사무를 기록하는 의궤와도 기록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문화재 위원인 정해득 한신대 교수(한국사학과)도 “사릉 채석장을 통해 서울 북한산에서 캔 돌이 남양주에 옮겨져 어떻게 왕릉에 쓰였는지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가능해졌다”며 “그 기초자료가 확보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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