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형사11단독 최혜승 판사는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에게 지급되는 급식지원 카드를 임의로 발급해 1억원이 넘는 물품을 산 혐의(사기, 절도, 사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등)로 기소된 전 경기도 오산시 공무원 김아무개(39)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한 김씨로부터 카드를 받아 사용한 김씨의 가족과 친구, 또 이를 방조한 상점주인 등 7명에 대해서도 징역 1년∼4월을 선고하고 형의 집행을 2년∼1년간 유예했다.
김씨는 오산시의 한 주민센터에서 국민기초생활수급자 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2015년 7월께 직원들이 퇴근한 사이 아동급식전자카드(G-Dream card) 3장을 훔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11월까지 16차례에 걸쳐 카드 33장을 훔쳤다. 이어 카드관리 업체 포털에 접속해 가상의 아동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학교 등 정보를 입력해 사용 가능한 카드로 만들었다. 해당 급식카드는 18살 미만의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에게 지급되는 것인데, 1끼에 4500원이 지원된다. 식당·편의점 등에서 식사를 하거나 식료품을 살 때 사용할 수 있다.
김씨는 이렇게 만든 카드로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마트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등 어머니와 함께 모두 1억4천여만원 상당을 쓴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의 친구와 친구의 남편, 외숙모 등 4명은 김 씨로부터 카드를 받아 많게는 1천만원 상당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마트 주인 등 2명은 김씨 쪽으로부터 여러 장의 급식카드를 미리 받아 놓고 물품 금액에 맞춰 결제해주는 등 카드 사용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판사는 “피고인은 결식아동에게 지원돼야 할 지원금을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해 부정하게 편취, 공공지원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사회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며 “다만 피고인이 반성하는 점, 편취금액을 모두 반환한 점, 공무원직을 잃게 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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