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에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노동자들이 고립돼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저류장에서 실종된 노동자 2명이 22시간 만에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시는 빗물 유입상황을 공유하는 단체 카카오톡방을 만들어뒀으나 호우주의보가 나온 지 30분 뒤에야 이를 공지해 이번 참사 역시 ‘인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1일 새벽 5시40분께 서울 목동운동장 인근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에서 2명의 주검을 발견했으며 이들은 실종된 시공사 직원 안아무개(29)씨와 미얀마 국적 협력업체 직원(24)으로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주검은 소방 구조대원이 현장에 투입된 지점으로부터 2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지난 7월31일 새벽부터 쏟아진 폭우로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배수시설 공사장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3명이 고립됐다. 이들은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협력업체 직원들로 아침 7시40분께 지하 40m 깊이의 수로에 들어갔다가 폭우를 피하지 못해 변을 당했다. 이 가운데 협력업체 직원 구아무개(65)씨는 31일 오전 10시26분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서울시는 공사현장 관계자와 서울시 관련 직원 모두가 참여해 빗물 유입이나 수문개방 여부 등 현장 상황을 공유하는 카카오톡 단체방을 지난 6월부터 만들어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7월31일 아침 7시30분에 내려진 호우주의보는 30분이 지난 8시께 전달된 것으로 드러나 늑장 통보가 화를 불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아침 7시에 노동자들이 이미 투입된 상황에서 서울시가 카카오톡방에 호우주의보를 알렸다 하더라도 대피할 시간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천구에서도 비가 많이 온다며 아침 7시31분에 유선전화로 현대건설에 연락해 숨진 현대건설 직원 안씨가 아침 7시50분에 현장까지 들어가서 다른 작업자들을 대피시키려 했지만, 급작스럽게 물이 들어와 그 역시 빠져나가지도 못했다. 지하 50m 현장에서 사고를 인지하고 빠져나가는 시간은 20~30분이 가량 걸린다”고 해명했다.
한편, 양천경찰서는 모두 15명으로 수사전담팀을 꾸려 목동 빗물저류장 사고를 수사 중에 있다. 경찰은 공사 관련자 진술, 사고 당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영상, 공사관계서류, 국과수 합동 감식 등을 근거로 사고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양천서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협력업체 직원 모두 10명을 조사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아직 입건자는 없지만, 전방위로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규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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