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 한 승강장.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ㄱ씨는 65살 이상에게만 지급되는 ‘경로 우대용 교통카드’로 아침 7시40분께 서울 지하철 ㄴ역을 출발해 아침 8시20분께 ㄷ역에 도착한다. 그리고 약 12시간이 지난 저녁 8시50분께 다시 ㄷ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밤 9시25분께 ㄴ역으로 돌아온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달 가운데 평일 21일을 같은 시간대에 같은 역을 이동했다.
ㄱ씨는 65살 이상의 직장인일까? 아니면 64살 이하지만 남의 우대용 교통카드를 쓰는 부정사용자일까? 이처럼 교통카드 부정사용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다. 서울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65살 이상 어르신의 일반적인 이용 패턴과 다른 ‘우대용 교통카드 부정사용자 추정모델’을 만들겠다고 6일 밝혔다. 이 모델에 기초해 부정사용자로 추정되는 시민에 대해선 이용지점, 시간대를 예측해 ‘기획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시는 부정사용자 추정모델을 만들기 위해 경로 우대용 교통카드 데이터 한달치(이용자 약 180만명 3859만건)를 분석했다. 이 가운데 평일 오전에 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회사 근처 역으로 출근해, 오후에는 그 역을 되돌아 퇴근하는 ‘직장인 이용패턴’으로 지하철을 이용한 우대용 교통카드 정보를 추출했다.
지난해 3월 시가 작성한 ‘서울시 어르신 대중교통 이용행태 분석’을 보면, 일반 교통카드 이용자의 약 40%가 출퇴근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반면, 경로 우대용 교통카드 이용은 낮 시간대에 집중됐고, 평균 외출시간은 4시간45분으로 집계됐다.
이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시가 지난해 11월 한달 동안 경로 우대용 교통카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주거지∼근무지를 아침과 저녁에 반복적으로 오가고, 근무지 체류 시간이 9시간 이상인 ‘직장인 이용 패턴’이 평일 15일 이상인 이용자가 약 1만8천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80%만 부정사용자라고 해도 지하철 운임손실은 연간 112억원에 달한다.
시는 부정사용자로 추정되는 교통카드의 일련번호와 현장 적발 가능성이 가장 큰 지하철역 및 시간대까지 예측해 서울교통공사 등 지하철 운영기관에 매달 통보할 계획이다. 단속은 방학·휴가가 끝나는 9월부터 이뤄진다. 시는 ‘직장인 패턴’을 조기 출퇴근, 주말근무·평일휴무 등 다양한 유형으로 세분화하고, ‘직장인 패턴’ 외에도 65살 이상 어르신의 일반적인 이동패턴과 다르다고 볼 수 있는 다양한 패턴들을 추가 반영해 추정모델을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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