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안성시체육관에서 열린 공장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 석원호 소방위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헌화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그 무시무시한 화마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내가, 우리가 너무나도 원망스럽습니다. 앞으로 함께 해야 할 날이 많이 남았는데 이젠 볼 수 없고, 그저 기억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8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엄수된 고 석원호(45) 소방위 영결식에서 동료 대표로 나선 송종호 소방장은 고인의 넋을 기리며 눈물을 삼켰다. 석 소방위는 지난 6일 오후 1시15분께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한 생활용품 제조공장에서 일어난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진화에 나섰다가 지하에 혹시 있을지 모를 생존자를 구조하기 위해 진입한 뒤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순직했다.
장의위원장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영결사에서 ”고인은 불의의 사고 당시 한시의 망설임도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참된 소방관이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고 더 안타깝다”며 ”소방관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것에 가슴이 무너진다"고 애도했다. 이어 “다시는 이렇게 소방관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면밀히 살피겠다. 고인께서 몸소 보여주신 거룩한 정신을 마음 한 곳에 새기겠다”고 덧붙였다.
공장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 석원호 소방위 영결식에서 동료 소방관들이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영결사와 조사가 이어지는 동안 동료 소방관들은 눈물을 훔쳤고, 상주 등 유족들은 고인의 이름을 부르며 울음을 터뜨려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이날 영결식은 운구 행렬이 입장한 뒤 고인의 약력 보고로 시작해 1계급 특진 추서, 옥조근정훈장 추서, 영결사, 조사,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동료 소방관들은 거수경례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석 소방위는 2004년 소방사로 임용돼 송탄·화성·안성소방서에서 15년 동안 화재 진압 업무를 수행해온 베테랑 소방관으로 2008년 경기도지사, 2011년 소방서장으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다. 석 소방위는 70대 아버지와 10대 자녀 2명을 돌보는 가장이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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