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서울시민연대, 경실련, 서울와이엠시에이(YMCA)의 연합 단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가 21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열었다. 채윤태 기자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 과정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광장 재조성 사업이 대중교통 중심도 아니고 자동차 중심도 아닌 절충 형태여서 교통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서울시민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의 단체로 꾸려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는 2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의 토론회를 열어, 사업 추진 과정의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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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아닌 시민의 힘으로 재구조화해야”
김은희 도시연대정책연구센터장은 “‘이순신 장군 동상을 옮길까, 말까?’만 묻는 게 어떻게 소통이고 토론인가”라며 “광장은 일부 전문가의 탁월한 식견과 전문성, 훌륭한 설계안, 행정의 추진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광범위한 시민들의 공론화와 실험, 협의, 합의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광화문시민위원회와 광화문포럼은 객관적인 정보를 모두 제공하고 이후 시민들이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조성사업을 추진하며 전문가 중심으로 광화문포럼을 운영하다 공론화 과정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지난해 이를 확대해 ‘광화문시민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영범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도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조성 과정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는 본래 광화문광장 같은 교통섬이었다”며 “뉴욕시는 광장 확장만 논의한 것이 아니라 자전거도로 네트워크는 어떻게 구축할지 등 전 도시적 차원의 거점으로서 타임스스퀘어 광장 재구조화를 논의했다. 반대도 많았지만 5개월 동안 타임스스퀘어 차도를 막고 시민과 관광객의 의견을 모아, 시민의 힘으로 재구조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광화문시민위원회는 단독 의사결정 기구가 아닌 공식 거버넌스이자 논의의 플랫폼”이라며 “모인 의견은 시에 전달되고 검토 과정을 거쳐 설계안 등 추진계획에 반영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기본설계에 시민위원회 의견을 반영해 나가는 상황으로 정리되지 않은 개별 의견들을 건건이 공개하고 공론화하게 될 경우 불필요한 논란과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선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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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대 복원 계획도 논의 부족”
시와 문화재청이 경복궁 앞에 역사광장을 조성하고 월대를 복원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논의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현재 시점에서 조선시대 월대를 복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광화문 역사광장은 ‘월대 복원’이 아니라, 시민성, 공개성을 토대로 한 21세기 ‘시민의 광화문광장’ 역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월대 복원을 담당하는 문화재청은 일제가 훼손한 경복궁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월대 복원이 필수적이란 입장이다. 김성도 국립문화재연구소 안전방재연구실장은 “월대 및 해태상과 하마석 복원, 그리고 동·서십자각 주변의 궁장 복원 등이 핵심인 역사광장 조성사업은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온전한 경복궁 궁역을 제대로 확인하고, 변형된 역사를 올바로 되찾는 우리 민족의 역사성 회복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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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 없는 교통 계획”
새 광화문광장의 교통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22일 열릴 2차 토론회에 앞서 미리 준비한 발제문에서 “도심 안에서 대규모 도시계획이 공공 주도로 진행될 때 기대할 수 있는 도시구조의 변화는 교통체계를 중심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새 광화문광장의) 대중교통 중심도 아니고 자가용 통행 중심적도 아닌, 절충적 혹은 임시방편적 계획은 오히려 장래의 교통체계 변화를 모호하게 해 혼란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이 ‘대중교통 중심’을 천명했지만, 실제로 6차선의 찻길을 남기고 율곡로를 정부서울청사 뒤로 우회하게 하는 등 기존 교통 수요를 유지하는 대책을 내놓은 점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도심 유입 교통량을 줄이고 보행과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구조로 재편하는 사업의 일환”이라며 “세종로 차로는 10차로에서 6차로로 축소하지만 도심 전반의 최소한의 차량 흐름은 확보하기 위해 율곡로는 우회한다. 차로가 줄어드는 만큼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가 관건”이라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광화문복합역사의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