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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팸’ 청년들 “경찰에 협조했다” 이유로 10대 살해 암매장

등록 2019-08-22 13:01수정 2019-08-22 20:05

피해자는 9개월 만에 경기도 오산시 야산에서 백골로 발견돼
가출해 함께 생활하는 이른바 ‘가출팸(가출+패밀리)’ 일원이 자신들의 범죄혐의를 경찰에 털어놨다는 이유로 집단폭행해 살해·암매장한 20대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의 주검은 지난 6월 경기도 오산의 한 야산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살인과 사체은닉 등 혐의로 ㄱ(22)씨와 동갑내기 2명 등 3명을 체포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ㄱ씨 등은 가출팸에서 함께 생활하던 ㄴ(당시 17)군이 자신들의 다른 범죄에 관해 경찰에 진술하는 바람에 처벌받게 될 처지에 놓이자 앙심을 품고 ㄴ군을 지난해 9월8일 오산 내삼미동의 한 공장으로 불러냈다. 이어 오후 7시48분에서 오후 9시14분 사이 목 졸라 기절시킨 뒤 집단폭행해 살해하고 주검을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

ㄱ씨 등은 대포통장을 수집해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팔아넘기는 일에 가출청소년들을 이용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가출팸에 다른 가출청소년들을 끌어들이는 일과 관련해 ㄴ군이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로 지난해 6월 경찰 조사를 받고,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지시로 한 일이라는 사실을 ㄴ군이 경찰에 알리자 그를 살해하기로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ㄴ군의 주검은 9개월이 지난 올해 6월6일 이 야산에 있는 한 묘지의 주인이 우연히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검이 나체 상태인 데다가 얕게 묻힌 점 등을 토대로 타살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광역수사대를 중심으로 44명의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들어가 이들을 붙잡았다. ㄴ군은 2017년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했으며 과거 가출을 한 전력이 있어 실종신고는 접수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편, ㄱ씨와 다른 1명은 다른 범죄를 저질러 구치소와 교도소에 각각 수감 중인 상태에서, 나머지 1명은 군 복무 중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사건 당일 ㄱ씨 등의 지시를 받고 ㄴ군을 오산의 공장으로 유인한 ㄷ(18)양 등 2명을 미성년자 유인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세진 경기남부청 광역수사대장은 “ㄱ씨 등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등 보강수사를 거쳐 사건을 검찰에 넘길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잘못을 저지른 피의자들을 찾아 망자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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