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추진 중인 세계정원 경기가든의 조감도. 경기도 제공
서울 월드컵공원 등 전국의 쓰레기 매립지에 조성된 공원과 수목원이 도심 명소로 거듭난 가운데 경기도가 경제적 타당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난 화훼 중심의 ‘세계정원 경기가든’ 사업을 안산·시화 쓰레기 매립지에 밀어붙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순천만국가정원처럼 국비 지원을 받는 국가정원이 돼도 한해 수십억원의 적자가 나는 현실에서 재정 부담이 적은 수목원이나 도심공원 등으로 사업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경기도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방행정연구원이 2017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벌인 ‘세계정원 경기가든’의 사업 타당성 조사에서 편익비용비율(B/C)이 0.174, 내부수익률(IRR)이 -3.49%로 나왔다. 편익비용비율은 1보다 클수록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이고 투자 대비 수익을 뜻하는 내부수익률도 1보다 높을수록 경제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편익비용비율을 보면,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사업이다. 해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2022년 문을 열 계획인 세계정원 경기가든은 45만㎡(13만6천여평) 터에 사업비 1009억원을 들여 각 나라의 꽃으로 대규모 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경기도는 남경필 지사 재임 당시인 2016년 4월 수원 등 8개 시·군의 생활쓰레기 매립이 끝난 안산·시화 쓰레기 매립지에 체육시설인 대중골프장을 조성하려다 사업성이 낮다는 등의 이유로 정원사업으로 바꿨다.
월드컵공원 중 하늘공원의 과거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 모습. 서울월드컵공원 제공
매립이 끝난 쓰레기 매립지에는 현행법상 수목원이나 공원, 체육문화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대구·부산·청주시 등은 화훼 중심의 정원에 견줘 초기 사업비도 적게 들이고 유지관리비에 따른 재정 부담이 적은 수목원과 도심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 중인데 각각 연간 150만~1200만명이 찾을 만큼 인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차료 등 연간 51억원의 수입으로 월드컵공원의 운영·유지비를 충당하고 있고 야영장 등 일부를 빼고는 무료인데 한해 1200만명이 찾는다”고 말했다.
반면 세계정원 경기가든은 1명당 6천원 유료이고, 세계 여러 나라의 꽃을 식재하는 화훼 중심의 세계정원이 핵심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제적 타당성이 낮은 것은 맞다”면서도 “유료 입장객 수입 등에 따른 정원의 운영수지가 150%로 좋게 나왔다”고 사업 추진 이유를 밝혔다. 또 “향후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 국비 40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다 수년간 사업이 지연돼 최근 행정안전부에 투자심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545만여명이 찾은 순천만국가정원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입장료와 국비 40억원 등 130억원의 수입을 올렸지만 시설 운영과 유지에만 190억원이 들었다. 적자 60억원은 순천시의 재정 부담으로 돌아왔고 해마다 이 문제로 순천시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거 난지도 중 지금은 월드컵공원의 하늘공원으로 바뀐 현재. 서울월드컵 공원 제공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원은 연간 유지관리비만 100억원대에 이르는 ‘물 먹는 하마’와 같다”며 “거액의 사업비를 들여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하기보다는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심공원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용덕 안관옥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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