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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 서지윤 간호사 사망 원인은 ‘태움’” 공식결론

등록 2019-09-06 14:36수정 2019-09-06 14:45

업무강도 높은 팀순환 없이 2년 근무
동기들보다 근무시간 많고 휴일 적어
“네가 그렇게 잘났어” 폭언·괴롭힘도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진상대책위 보고’.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진상대책위 보고’.
지난 1월 사망한 고 서지윤 서울의료원 간호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이 ‘태움(간호사들 사이의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었던 것으로 공식 결론났다.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진상대책위원회(진상대책위)는 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진상대책위 보고’를 열고 “서 간호사 사망사건의 성격을 직장내 괴롭힘에 의한 사망이자, 공공의료기관에서 벌어진 중대사건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진상대책위는 서 간호사의 유족과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의 요청으로 서울시가 지난 3월 발족했다.

진상대책위의 활동 보고를 보면, 서 간호사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12월16일까지 102병동 씨(C)팀에서 일했다. 씨팀은 저녁과 밤, 휴일에는 근무번 병동 책임 역할을 수행해 102병동의 5개팀 가운데 가장 업무강도가 강해 통상 1년이 채 되기 전에 순환배치를 한다. 그러나 서 간호사는 2년이상을 순환배치 없이 씨팀에서 근무한 것이다. 같은 해 입사한 102병동 다른 간호사와 비교해 근무일수는 많고 휴일은 적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서 간호사는 다른 동료 간호사에 비해 야간근무를 2배 이상 맡아, 서 간호사가 지인에게 야간근무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 간호사는 특히 지난해 잦은 근무표 변경과 불합리한 근무일정, 야간근무 등과 관련해 부서이동이나 사직을 호소해왔다.

서 간호사는 지난해 12월 배치 순번이 아님에도 기피부서인 간호행정부서로 배치됐는데, 해당 부서에서는 서 간호사에게 행정 업무용 컴퓨터와 책상, 사물함조차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서 간호사는 20년차 이상의 베테랑 간호사들이 담당하는 ‘당일병동’으로 파견을 나가기도 했다.

진상대책위는 “서 간호사는 지난해부터 휴일과 휴식이 적은 상태였으며, 2달간의 야간전담 근무로 우울감과 심리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또 행정부서로 전환 배치 이후 적정한 업무 분장과 인계, 근무환경이 아닌 상태에서 소외됐고, 당일병동 파견 등 예상하지 못한 업무를 수행하며서 부담이 가중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간호행정부서에서의 근무상황은 사망을 촉발한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간호행정부서의 한 직원은 서 간호사에게 “네가 그리 잘났어”라는 등 모욕적인 언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관계자는 “폭언과 같은 괴롭힘이 확인된 것도 있고, 몇가지 구체적인 정황도 파악하고 있지만, 내용이 예민해서 공개여부를 논의해봐야 한다”고 추가 사례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6일 서울시청 앞에서 고 서지윤 간호사의 유족과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6일 서울시청 앞에서 고 서지윤 간호사의 유족과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의료원이 진상대책위의 조사를 방해한 정황도 드러났다. 진상대책위는 서울의료원에 83개 영역의 자료를 요청했으나, 63%만을 제출했으며, 제출된 자료도 핵심정보를 제외하는 등 부실하게 제공됐다. 근무표 등 일부 자료는 서울의료원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거부하기도 했다. 진상대책위가 지난 6월 서울시를 통해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법률자문을 받아 서울의료원에 회신하고 재요청했음에도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게다가 서 간호사의 근무지였던 102병동에 대한 전수 면접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서울의료원의 비협조와 면접 거부로 조사 과정이 지연됐다. 진상대책위는 “조사활동을 늦추거나 방해하려는 의도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진상대책위는 서 간호사 사망 사건의 책임을 물어 병원장을 포함한 서울의료원 경영진에 대한 인사교체와 서울시의 사과를 권고했다. 시민대책위는 이날 조사결과보고를 마치고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의료원 김민기 병원장과 경영진 그리고 서울시에서 파견한 행정직원들은 모든 책임을 지고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글·사진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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