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드러났다.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A(50대) 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1987년 1월 5차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희대의 엽기 살해사건으로 기록된 화성 연쇄살인사건 가운데 3건에 대한 유력 용의자가 지목됐으나, 나머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어떻게 규명될지 주목된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아무개(56)씨가 저지른 것은 5, 7, 9차 사건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씨의 디엔에이(DNA)가 나온 3차례 사건의 증거물은 피해 여성의 속옷 등이라는 점에서 강력한 증거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10차례 사건 가운데 이씨로 용의자가 특정된 3차례 사건과 모방범죄로 드러나 범인이 붙잡힌 8차 사건(1988년 9월16일 오전 2시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가정집에서 박아무개(13)양이 살해된 사건)을 제외하면 범인을 특정할 수 없는 사건은 6건이 남는다.
경찰은 현재 이들 6건과 관련해 이씨가 관련돼 있음을 입증할 만한 명백한 단서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나머지 사건들의 증거물 분석을 통해 이씨와의 연관성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반기수 2부장은 19일 브리핑에서 “나머지 사건의 증거물에 대해서도 디엔에이 분석이 진행되고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해 수사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86~1991 화성연쇄살인사건 일지.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이씨가 진범이라는 것을 입증할 단서를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씨의 자백을 받아내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씨가 순순히 자백할지는 미지수다.
한편, 경찰은 경기남부경찰청 2부장을 수사본부장으로 하고, 미제사건수사팀, 광역수사대, 피해자 보호팀, 진술 분석팀, 법률 검토팀, 외부 전문가 등 57명으로 수사본부를 꾸려 사건의 진상 규명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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