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포 풍무동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환자들이 24일 오전 발생한 화재를 피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김포/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경기도 김포시의 한 상가 건물 4층에 입주한 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90대 노인 등 2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소방당국은 이 병원에 전력 공급이 차단돼 수동으로 환자들에게 산소 치료를 하다가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불이 난 요양병원 보일러실 안에 설치된 자동소화장치가 제 기능을 하지 않은데다,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보일러실과 병실이 가까워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불은 이날 오전 9시3분께 병원 보일러실에서 발생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전기 안전점검을 위해 건물에 전기 공급을 차단하기 직전이었다. 보일러실에는 보일러탱크 등을 비롯해 환자들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산소통과 전기로 작동하는 산소발생기가 있는데, 정전 때 환자들에게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병원 쪽이 산소통을 수동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이 난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권용한 김포소방서장은 이날 화재 현장 브리핑에서 “병원 쪽이 수동으로 환자들에게 산소 공급을 하려고 산소통 밸브를 열다가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불로 입원 환자 132명 가운데 ㄱ(90)씨 등 2명이 숨지고 환자 47명이 다쳐 인근 12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가운데 ㄴ(66)씨 등 8명은 중상이며 나머지는 연기를 마신 환자들로 확인됐다. ㄱ씨 등 사망자 2명은 집중치료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환자들로 알려졌다. 당시 집중치료실에는 환자 8명이 있었다. 불이 난 건물 4층에는 보일러실, 집중치료실, 물리치료실, 병실 22개, 약국, 원무과 등이 있었다. 불이 난 상가 건물은 지상 5층, 지하 2층에 연면적 1만4814㎡ 규모로 병원 쪽은 4층뿐만 아니라 3층 일부도 행정실과 식당으로 썼다.
이날 병원과 연결된 1층 주차장은 긴급대피한 환자들로 전시 상황을 방불케 했다. 마스크를 쓴 환자들은 침대나 휠체어에서 담요를 덮은 채 다른 병원 이송을 기다렸다. 이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한 박아무개(70·여)씨는 “‘펑’ 하고 가스 소리가 나더니 복도에서 시꺼먼 연기가 올라왔다. 일단 휴지를 뽑아 환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한 명씩 휠체어에 태웠다”고 화재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초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경보령인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펌프차 등 장비 51대와 소방관 등 인력 150여명을 투입해 50여분 만에 불을 껐다.
불은 보일러실만 태우고 잡혔지만, 연기가 병실로 흘러들어간 탓에 인명 피해를 키웠다. 원준희 김포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은 “병원 4층 안 16.52㎡ 규모 보일러실과 병실이 가까워 연기가 바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감식 등으로 정확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러 가지 전기 설비가 돼 있는 보일러실에서 어떤 원인에 의해 발화가 됐는지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보일러실에 자동소화장치가 있었지만 제 기능을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권용한 서장은 “보일러실에 초기 소화가 가능한 분말로 된 자동소화장치가 있었고, 병원 관계자 4명이 초기 진압을 했지만 실패해서 탈출했다”고 말했다. 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불길이 보일러실만 태우면서 작동을 안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김포경찰서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17명의 수사전담팀을 꾸렸다. 경찰은 앞으로 요양병원 관계자들을 불러 병원에 불법 시설물을 설치했는지와 화재 당시 소방 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 안전관리 실태를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신고 내용을 토대로 건물 4층 보일러실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은 합동감식 결과를 분석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포/이정규 강재구 서혜미,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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