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7일, 천장 곳곳이 무너져 내린 포항역사. 임재우 기자.
서울 시내 어린이 도서관, 노인복지관, 청소년 수련관을 포함한 137개 공공 건축물이 지진대비 설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서울시 소관 공공건축물 내진성능 세부현황'을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시내 공공 건축물 634개 가운데 137개(21.6%)가 내진성능을 확보하지 못했다. 내진성능은 건물이 지진에 견디는 능력이다. 지진·화산재해대책법에는 학교, 수도시설 등 재해피해가 우려되는 곳은 지진을 대비해 내진성능을 갖춰야 한다고 나온다. 지진으로 땅이 흔들려도 건물의 구조나 시설이 파괴되지 않게 기둥과 벽을 튼튼하게 짓는 내진설계를 권고한 것이다.
내진성능을 갖추지 못한 서울 시내 137개 공공 건축물 가운데 건물을 짓는 당시 내진 설계 조차하지 않은 곳은 22개로 파악됐다. 내진 설계를 했지만, 내진성능을 갖추지 못한 곳은 115개였다.
특히 어린이도서관, 노인복지관, 청소년 수련관 등 재해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시설 14곳도 내진성능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진이 일어나면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소방서, 119안전센터 등 소방 관련 시설 34곳도 내진성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강근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서울시민들은 지진이 경주나 포항에서 주로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만, 큰 지진은 서울에서도 몇백년이나 몇 천 년 만에 갑자기 일어날 수 있다”며 “서울처럼 건물이 밀집된 곳은 지진피해가 더 크다. 건물에 내진 설계가 잘 되면 건물붕괴를 막아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2016년에 지진종합안전대책을 수립해 기존 공공 건축물의 내진성능을 확보해 가는 중”이라며 “2022년까지 서울 시내 모든 공공 건축물이 내진성능을 갖추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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