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20년을 복역한 뒤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윤아무개(52·점퍼를 입은 이)씨가 지난 4일 오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네 번째 참고인 조사를 위해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진범 논란’이 일고 있는 화성 8차사건(1988년 9월16일)에 대한 수사를 재심개시 결정 전에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화성 사건 피의자 이아무개(56·무기수 복역중)씨가 저질렀다고 밝힌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1989년)의 단서를 찾기 위해 유골 수색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5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화성 8차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는) 윤아무개(52)씨 쪽이 다음 주 중에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한다. 청구 이후 법원이 재심개시 결정을 하기 전까지는 8차 사건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배 청장은 이어 “현재까지 과거 윤씨를 수사한 형사과에서 근무한 전·현직 수사관 30여명을 상대로 강압수사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했지만, 아직 특별한 진술을 받은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화성 8차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씨 쪽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 4일 “다음 주 중 재심을 청구할 예정인데, 그 전에 경찰이 8차사건만이라도 마무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윤씨는 지난 4일 이 사건에 대한 4차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지난 1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한 공원에서 경찰이 지표투과레이더 등 장비를 이용해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아무개(56)씨가 1989년 살해했다고 자백한 한 화성 초등생 김아무개(당시 8살)양의 유골을 찾기 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또 화성사건의 피의자 이씨가 10건의 화성사건 외에 추가로 자백한 4건의 살인사건 가운데 하나인 '화성 실종 초등생'의 유골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은 당분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경찰은 지난 1일부터 김 양의 유류품이 발견된 야산이 있었던 현재 화성시 한 공원 일대에서 1차 유골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수색범위를 넓혀달라는 유족 쪽의 요청을 받아들여 당분간 수색작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1989년 7월7일 화성군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당시 초등학교 2학년 김아무개(8)양이 실종된 뒤 같은 해 12월 인근 야산에서 옷가지 등 유류품만 발견된 이 사건은, 피의자 이씨가 김양을 살해하고 야산에 유기했다고 올해 9월 자백하기 전까지 실종사건으로 분류됐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씨가 자백한 살인사건 가운데 증거물에서 그의 디엔에이(DNA)가 나온 것은 일부인데 8차 사건을 비롯해 디엔에이가 나오지 않은 사건들에 대해선 현재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실을 규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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