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학교 앞에 ‘옐로카펫’을 설치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시가 2022년까지 서울 시내 초등학교 주변 모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과속 단속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한다.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에 막혀 국회가 공회전하며 이른바 ‘민식이법’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자체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서울시는 시내 모든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 606곳 가운데 과속 단속 시시티브이가 없는 학교(527곳)에 600여대의 시시티브이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이달 안으로 28대를 설치하고, 앞으로 3년 동안 해마다 200대의 시시티브이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 서울시의 목표다. 서울시 통계를 보면,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유치원 주변 등 서울시 전체 어린이보호구역은 1721곳이다. 이 가운데 과속 단속 시시티브이가 설치된 지역은 74곳으로 설치율은 4.3%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 설치율(4.9%)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시는 초등학교 주변 모든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 단속 시시티브이를 설치해, 2022년까지 이 설치율을 33%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서울시는 어린이보호구역 안 사고 요인으로 꼽히는 불법주정차 단속을 위한 시시티브이도 2022년까지 서울 시내 모든 초등학교에 설치한다. 현재 3곳에 불과한 초등학원 일대 어린이보호구역은 내년까지 50여곳으로 확대한다. 시는 지난해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한 77곳 지역을 대상으로 사고 내용, 자동차 속도 자료 등을 분석해 내년에는 어린이 안전 시설을 확충할 대상 지역도 선정한다. 사고 위험 지역에는 과속 단속 시시티브이뿐만 아니라 차량 속도를 줄이기 위한 과속방지턱, 과속경보표지판 등도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에 보호구역 안내 표시, 과속방지턱, 무단횡단 방지 울타리 등을 설치하는 규정이 있지만, 과속 단속 시시티브이 설치는 법적으로 의무화되지 않았다”며 “사고 위험이 발견된 뒤 시시티브이를 설치해온 관례를 넘어 주도적으로 어린이 안전 시설을 설치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회에 발의된 ‘민식이법’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과속 단속 시시티브이 설치율이 높아져 어린이 교통사고율이 줄어들기를 기대한다”며 “서울시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조속한 시행을 촉구했듯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 제로’를 목표로 다각도의 대책을 철저히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민식이법’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김민식(9살)군이 자동차에 치여 숨진 사고 이후 발의된 법안이다. 어린이보호구역 안 신호등과 과속 단속 시시티브이 설치를 의무화하고 사망사고 운전자의 처벌을 무겁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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