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투자·출연한 기관 22곳의 성별 임금 격차를 조사한 결과 20곳에서 남성 임금이 여성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성별로 인한 임금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들 기관에서 지난해까지 만근한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직원 2만2361명을 대상으로 성별 임금 격차 관련 정보를 조사했다고 9일 밝혔다.
조사 결과, 서울여성가족재단과 서울장학재단을 뺀 20개 투자·출연기관에서 성별 임금 격차가 발견됐다. 서울연구원(46.2%), 서울에너지공사(40.99%), 서울산업진흥원(37.35%)의 성별 임금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우리나라 성별 임금 격차 평균(2017년 기준 34.6%)보다 높았다. 서울연구원의 경우 여성 노동자는 남성 임금이 100만원일 때 53만8000원을 받는 셈이다. 이에 서울연구원과 서울산업진흥원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임금 격차가 커졌다”고 해명했다.
또 이들 기관의 임금 차별이 발생한 원인은 △여성의 짧은 근속 연수 △남성보다 적은 상위직급 여성 수 △야간·위험 업무에 낮은 여성 근무비율 등이다. 서울에너지공사의 평균 재직 기간은 여성이 6년, 남성이 16년이었다. 일반직 1급부터 3급까지 여성은 1명도 없었다. 서울에너지공사는 동일직급에 견줘 약 33% 임금을 더 받는 교대근무직에 근무를 희망하는 여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위직급 여성 비율이 높은 서울여성가족재단과 서울장학재단은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더 높았다.
서울시는 성별 임금 격차 가운데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차별적 요소를 분석해 개선방향을 찾을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투명한 임금체계를 운영하는 공공기관에서 성별 임금 격차가 나타난 것이다. 서울시의 모범적인 선례가 민간까지 이어져 오랜 기간 누적된 잘못된 관행이 바뀌어 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군 복무 호봉인정 제도가 성별 임금 격차에 주는 영향은 파악되지 않았다. 전기택 한국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군경력 호봉인정제도가 남녀임금 격차에 주는 영향도 있을 것이나 이번 조사로는 알기 어렵다. 불법이 아닌 제도이다 보니 폐지를 검토하려면 사회적 인식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고 말했다.
서울시는 국내 처음으로 ‘성 평등 임금공시제'를 올해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는 성별 임금, 평균 근속, 여성노동자 비중 등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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