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장기기증자 유족에게 해마다 12기의 봉안담을 기부하기로 한 분당메모리얼파크 헤리티지 묘역 전경. 사진제공 분당메모리얼파크
뇌사로 인한 장기기증자가 연간 500명 안팎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민간 추모공원이 장기기증자를 위한 봉안담(납골당)을 해마다 정기적으로 기부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뇌사 장기기증자와 유가족의 아름다운 사랑 실천을 기리고 생명 나눔에 예를 갖추자는 의미다.
재단법인 분당메모리얼파크(이사장 이규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와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은경), 한국장기조직기증원(원장 조원현)은 17일 ‘뇌사 장기기증자를 위한 민간 추모공원 봉안담 기부에 관한 상호협력 협약’을 맺는다고 16일 밝혔다. 전국 처음이다.
이에 따라 분당메모리얼파크는 봉안담 12기를 해마다 기부하기로 했으며, 수혜자는 뇌사 장기기증자의 유가족으로서 수도권(서울·인천·경기) 거주자로 했다. 봉안담 기부는 실무준비를 거쳐 2020년 1월1일부터 시작된다. 봉안담 사용료는 영구 면제된다. 다만, 관리비는 최초 안장 뒤 5년간은 면제되고, 6년 차부터는 2년마다 소정의 관리비(2019년 현재 5만8천)만 유가족이 부담하면 된다. 또한, 유가족은 기부받는 봉안담을 영구적으로 사용하지만, 의사에 따라 언제든 기부계약을 해지하고 사용을 중단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이번에 기부받는 봉안담에 장기기증자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은 표식을 부착해 봉안담을 방문하는 분들이 고인의 아름다운 생명 나눔 정신을 기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규만 분당메모리얼파크 이사장도 “이번 봉안담 기부가 이웃의 생명을 살린 기증자와 유가족에게 조금이나마 예우와 위안이 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분당메모리얼파크 헤리티지 봉안담 묘역은 한국건축가협회(KIA)에서 선정하는 2019 올해의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은 바 있다. 성남시 분당구에 동쪽 끝에 있는 분당메모리얼파크에는 1972년 개원 이래 묘지와 봉안담 3만여 기가 있다. 한편, 국내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2002년 36명에 불과했으나, 2016년 573명, 2017년 515명, 2018년 449명에 이르렀고, 이 가운데 수도권 지역에서 기증자가 절반이 넘는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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