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서울자유시민대학을 찾은 방미희 학습매니저. 서울평생교육진흥원 제공
디지털 지도를 만드는 일을 하던 방미희(46)씨는 20여년 전 외환위기(IMF) 때 회사가 어려워지자 일을 그만뒀다. 다른 회사를 알아보고 싶었지만, 결혼과 출산으로 더는 일 하기가 어려웠다. 전업주부로 10여년을 보냈을 때, 10살 된 아들이 물었다. “엄마는 꿈이 뭐야?” 방씨는 그 말에 “머리가 ‘쿵’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꿈’에 대해서 잊고 지냈던 거죠. 그 꿈을 아들이 일깨워 준 거예요.”
방씨는 지난 27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그때 받은 충격으로 ‘꿈’을 찾아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틈틈이 아이들에게 독서·진로 교육 봉사를 해왔던 방씨는 경험을 살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에 진학하면서 ‘평생교육’을 만나게 됐고, 사람들의 평생교육을 도와주는 일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됐다. 그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본격적인 교육을 2014년부터 약 1년 동안 서울자유시민대학 은평캠퍼스에서 열린 ‘평생교육사 역량 강화 과정’을 통해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자유시민대학은 서울시가 2013년 문을 연 평생학습 지원 교육 프로그램이다. 누구나 ‘서울특별시 평생학습포털’에 들어가 수업을 신청하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방씨는 이론만 배울 수 있는 학교와 달리, 시민대학에서는 현장에서 일하는 교육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시민대학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내면에 저만 아는 꿈틀거림 같은 게 있었어요. 평생교육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지더라고요.” 이를 통해 방씨는 2015년부터 서울시민대학 학습매니저로 일하며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이 받은 교육을 시민들에게 되돌려주게 된 것이다.
지난 6월부터는 용산구의 동네배움터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방씨는 동 평생학습 전문가로 일하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옻칠, 도예와 같은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관련 교육 및 상담을 하는 ‘평생교육사’가 된 것이다.
그는 가장 보람됐던 순간으로 강의를 듣는 학생이 ‘행복하다’고 말할 때를 꼽았다. “시민대학에서 학습매니저로 일할 때 60대 후반의 학생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분은 자주 지각을 하셨고, 어떤 때는 수업 끝나기 10분 전에 오시기도 했어요. 그분과 친해진 뒤에 ‘지각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된 건데, 가족을 간병하던 중에 잠깐씩 시간을 내 강의를 듣고 계신 거였어요. 그때 그분이 ‘10분이라도 강의를 듣고 가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행복했죠.”
10여년 전 “엄마는 꿈이 뭐야?”라고 물은 아들은 방씨의 가장 큰 지원군이다. 방씨는 “아들이 무관심한 듯해도 ‘나 챙겨주지 못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든든하게 말을 해준다”며 웃었다.
서울자유시민대학에서는 올해도 방씨와 같은 학습매니저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43명을 선발했다. 또한 지난달 33명이 관련 교육과정을 끝냈다. 이들은 앞으로 또 누군가의 평생교육을 도와주게 될 것이다.
“시민대학을 거치며 삶의 방향을 정하게 된 것 같아요.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하는 어르신들의 열정을 보면서 나는 아직 젊은데 다시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더라고요. 시민대학은 제가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길을 안내해주는 곳이에요.” 방씨가 말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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