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에 자동차극장으로 사용되던 홍문종 의원 소유의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주차장에 지난 22일 영업을 할 수 없도록 각종 장애물들이 널려 있다. 박경만 기자
홍문종 우리공화당 의원이 자신이 소유한 경기도 포천시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주차장을 돈을 내고 빌려 쓴 임차인에게 재연장 약속을 뒤집고 이른바 ‘갑질’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홍 의원 쪽은 ‘재연장 약속은 덕담에 불과하고, 계약서에 따라 임차인은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2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홍문종 의원은 2017년 11월 윤아무개(55)씨와 2018년 1월부터 2019년 12월 말까지 2년 동안 아프리카박물관 주차장에 야간 자동차극장을 운영하는 내용의 임대계약을 맺었다. 사용료는 보증금 5천만원에 월 330만원이고, 사용 기간이 끝날 때 양자가 협의해 재연장을 결정하기로 했다.
애초 ‘아프리카 박물관 주차장을 자동차극장으로 쓰자’는 제안은 홍 의원쪽에서 나왔다고 윤씨는 말한다. ‘홍 의원의 대리인’이라고 밝힌 아프리카박물관쪽의 최아무개씨가 2017년 10월 윤씨의 누나가 운영하는 경기도의 한 자동차극장에 찾아와 “홍 의원이 영화를 영화를 좋아하니 아프리카박물관 주차장에 자동차극장을 운영하고 싶어 한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에 윤씨의 누나는 윤씨에게 관련 사업을 제안했고, 윤씨가 최씨와 함께 홍 의원을 만나 관련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계약 당시 재연장과 관련한 내용이다. 윤씨는 계약에 앞서 “스크린·영사기와 시설물 등 (자동차극장)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들고, 홍보가 되려면 최소 5년의 다년계약이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이에 홍 의원이 “일단 2년 계약 뒤 아프리카박물관이 유지되는 동안은 재연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는 게 윤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홍 의원은 지난해 6월과 9월 잇따라 윤씨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 계약 만료와 동시에 일체의 구조물을 제거하고 지체 없이 원상복구하라”고 일방 통보한 뒤, 이달 1일부터 극장 영업을 못 하도록 주차장 곳곳에 컨테이너 등 장애물들을 들여놨다.
윤씨 쪽은 “계약 당시 2년 보고 자동차극장을 할 수 없다고 하자, 홍 의원이 ‘관례상 계약서는 2년으로 쓰고 연장하자. 내 땅인데 뭐가 문제냐. 걱정하지 마라’고 재연장을 약속했다. 상대가 홍 의원이라 믿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회사원 출신인 윤씨는 “홍 의원의 계약 연장 구두 약속을 믿고 매점과 화장실을 설치하고, 바닥과 축대를 쌓아 2관을 조성하느라 퇴직금 등 3억5천만원을 쏟아부었다. 2년간 노력해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나가라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윤씨는 홍 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다.
이에 대해 홍 의원 쪽은 “계약서에 따라 정당하게 집행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 의원의 대리인인 장원섭(경민대 교수) 아프리카예술박물관장은 “서로 합의됐으니 계약한 것이지, 누가 먼저 계약하자고 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 계약서에 재연장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홍 의원의 재연장 약속에 대해 “흔히 할 수 있는 덕담 수준의 말”이라며 “계약서를 쓸 때 제대로 써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차인이 영업을 위해 기본 인테리어를 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인데 투자한 것이 있어 못 나간다는 것은 법상식에 맞지 않는다.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6개월 전부터 재계약 의사가 없다고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한겨레>의 거듭된 인터뷰 요청에 “별다른 입장이 없다. 장 교수가 말한 내용에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고 비서를 통해 전했다.
홍 의원은 2010년 80억5500만원을 주고 아프리카박물관을 산 뒤, 2017년 11월 인접 부지를 6억3900만원에 사들여 대규모 캠핑장을 만들었다. 총 87억원에 구입한 아프리카박물관 일대의 지난해 공시지가(재산 신고가액)는 113억원이며, 시세는 약 200여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박물관은 2014년 아프리카 무용수들의 임금 체불과 착취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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