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부장 이준범)는 닭의 폐사를 방지하기 위해 쓰는 항생제를 수의사 처방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급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이른바 ‘사무장 동물병원’ 운영자 ㄱ씨 등 5명과 이를 받아 닭에 무분별하게 투여한 혐의(친환경농어업법 위반 등)로 육계농장주 ㄴ씨 등 25명을 각각 불구속기소 했다.
ㄱ씨는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수의사 ㄷ씨 명의로 동물병원을 차려 운영하면서, 동물용 의약품 판매업자로부터 항생제를 받아 육계 농가 300여곳에 48억원어치를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ㄴ씨 등은 ㄱ씨에게서 미리 다량의 항생제를 구매해 놓고, 병아리가 닭으로 성장해 출하할 때까지 1∼2달 사이에 병아리의 상태를 자체적으로 판단해 수의사 처방 없이 항생제를 투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ㄷ씨 명의의 허위 진료기록부를 인증기관에 제출해 항생제를 쓰지 않은 것처럼 속여 친환경 인증을 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으로부터 ㄱ씨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하는 과정에서 육계 농가 400여곳에 70억원어치의 항생제를 판매한 또 다른 사무장 동물병원 1곳을 적발해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많은 양의 항생제를 미리 사들인 뒤 수의사 처방 없이 사용하면 적법한 방식으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보다 20%가량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육계 농가들이 이런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투여할 경우 내성이 생겨 추후 항생제가 말을 듣지 않을 수 있다. 아울러 친환경 인증 제도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동물용 의약품 판매 및 처방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