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광화문광장 관련 전면 보행화를 상정한 예시안.
서울 광화문광장이 단계적으로 찻길 없는 ‘전면 보행 광장’으로 거듭난다. ‘역사광장’으로 조성될 예정이던 광화문 앞 사직로는 지금의 모습으로 유지되고,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리더라도 대중교통인 버스는 다닐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광화문광장의 추진 방향’을 13일 공개했다. 지난해 9월 새 광화문광장 설계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다섯달 만이다. 시는 그동안 시민, 전문가 등과 61차례 소통을 하며 이 추진 방향을 완성했다. 시는 왕복 10차로인 광화문 세종대로를 6차로로 줄이고 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넓히겠다는 ‘편측광장’ 안을 추진했으나, 지난해 행정안전부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해왔다.
시가 내놓은 추진 방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단계적 전면 보행 광장 조성’이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광화문광장 전면 보행화를 최종 목표로 시민, 전문가들과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나무 그늘을 만들어 시민들이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공원 요소가 담긴 광화문광장을 만들겠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 12월 서울시 시민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광화문광장을 전면 보행 공간으로 만드는 안에 조사 대상자 1천명 가운데 70.3%가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17.5%, 무응답이 12.2%였다. 시 관계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 시민 의견을 수렴해 전면 보행 광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서쪽 편측광장 안을 우선해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들 의견도 당장 전면 보행 광장이 어렵다면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광장을 넓히는 ‘서쪽 편측광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시민토론단 268명 가운데 82.9%가 “전면 보행 공간 조성을 추진하되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고, 토론단의 64.9%는 세종문화회관 쪽 도로를 광장으로 만들고, 교보문고 쪽 도로는 남겨두는 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진 부시장은 “추후 전문가들이 모여 ‘서쪽·동쪽 편측광장, 양쪽광장, 중앙광장 등 네 가지 안을 두고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가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광화문광장 국제 설계공모 최종 당선작 배치도.
광화문 앞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사직로는 그대로 유지된다. 시는 애초 사직로를 경복궁 월대 등이 복원된 역사광장으로 꾸미고, 정부서울청사를 우회하는 유(U)자형의 우회도로를 계획했으나 보류하기로 한 것이다. 월대도 문화재청의 발굴 조사가 끝난 뒤, 논의를 거쳐 복원 시기와 방법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또한 광화문광장에서 주말에 대규모 집회가 열릴 때 인근 주민들의 발이 묶이는 것을 막기 위해 시는 경찰청과 협의해 집회 때도 광장 양쪽으로 버스가 다닐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집회와 시위에 따른 소음을 호소하는 인근 주민들을 위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도 국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자정부터 해 뜨기 전까지 옥외 집회 또는 시위를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은 안이다.
시는 올해 안에 북촌·서촌·사직동·종로·시청 등 광화문 일대를 포함하는 종합적 계획인 ‘광화문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