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남근린공원 터가 텅 비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가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한남근린공원 터에 공원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7월 시행되는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3천억원이 넘는 부지 매입비 때문에 공원 조성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시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청년임대주택 건립도 검토했지만, 이름으로만 존재했던 공원을 실제 조성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7월1일부터 시행되는 도시공원 일몰제(장기 미집행 시설 실효제)는 도시관리계획상 사유지를 공원 용도로 지정만 해놓고, 장기간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다. 지방자치단체가 구체적인 공원 조성 계획을 그 전까지 세우지 않으면 다른 용도로 개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한남근린공원 터(2만8197㎡)는 1940년 조선총독부 고시를 통해 공원으로 지정됐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병기정비소로 쓰이다 한국이 미군에 기지를 공여했고, 이후 이 터에는 미사일 정비시설, 미군 가족 주택 등이 지어졌다. 이후 소유권이 민간으로 이전되고 2014년 부영주택이 땅을 사들였다. 80년 동안 실제 공원 구실을 하지 못한 셈이다.
문제는 한남공원 주변에는 ‘한남 더힐’, ‘나인원 한남’ 등 고급 주택이 인접해 있어 공원 부지 매입비만 수천억원대에 이른다는 것이다. 자치구가 관리하는 공원은 시와 자치구가 매입비용을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 용산구는 지난해 한남동 부지 매입비용을 3400억원으로 추산했는데, 구 재정 여건으로는 절반도 부담하기 어려우니 시가 매입비를 모두 부담해달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시는 공원을 조성하지 않고도 공공성을 지킬 방법으로 청년임대주택 건설도 검토했지만, 결국 이달 입장을 바꿨다. 공원 관리 주체를 용산구에서 서울시로 바꿔 터를 사들이는 데 드는 비용을 전액 시비로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시는 부지 매입에 약 38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의 공원조성과 관계자는 “청년주택을 지을 경우, 임대수익과 일부 분양수익이 들어오는 것을 감안해도 2600억원가량의 예산 소요가 불가피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1200억원을 더 들여서 공원을 존치하고 후세대가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런 방침을 세운 뒤 지난 23일 시보에 실시계획 인가를 위한 주민 의견 청취 공고를 게시했다. 실시계획 인가는 개발 사업의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다. 실시계획 인가를 고시하면 5~7년까지 공원 실효를 유예할 수 있다. 시는 5년 안으로 보상을 마치고 한남근린공원 터에 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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