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서울의 무허가 판자촌에서 지금의 성남시로 강제 이주당한 도시 빈민들이 정부의 부당한 정책에 항의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수만 명의 주민들이 경찰서와 관공서를 불태웠다. 천국 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급성장한 지금의 성남시는 그 폐허 속에서 생겨났다. <한겨레> 자료사진
광복 이후 최초의 도시 빈민들의 투쟁으로 기록된 ‘광주대단지 사건’을 재조명하고 경기도 동부 지역의 최대 규모 공단이었던 성남제1공단 노동자들의 애환을 담아낼 성남시립박물관 건립이 가시화됐다. ‘광주대단지 사건’은 서울시 청계천 등 무허가 판자촌 철거계획에 따라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현 성남시 수정·중원구. 1973년 성남시로 분리) 일대에 조성한 단지에 강제로 이주당한 철거민 10만여명 중 수만 명이 1971년 8월10일 생존권 대책을 요구하며 벌인 집단 저항이다.
경기도 성남시는 시립박물관 건립사업이 문화체육관광부의 타당성 사전평가를 통과했다고 13일 밝혔다. 시는 이에 다음 달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투자심사 등 행정절차를 마무리한 뒤 공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사업비 300억원이 투입되는 시립박물관은 수정구 신흥동 옛 제1공단 부지에 조성되는 근린공원 안 2140㎡에 지어진다.
공원 사업자가 교육동(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2915㎡)을 내년 말까지 먼저 짓고, 시가 전시동(지하 2층, 지상 3층, 연면적 5600㎡)을 2024년 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개관 목표는 2025년 상반기다.
이 박물관은 현재 인구 100만명에 육박하는 성남시의 태동이 된 광주대단지 사건을 주요 테마로 다루게 된다. 당시 사건으로 주민 22명이 구속됐고 미성년자 1명과 무죄 확정을 받은 1명을 제외한 20명이 처벌을 받아 ‘폭동’ 또는 ‘난동’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당시 박정희 정권의 무리한 강제 이주사업으로. 수도·전기·도로·화장실 등 기본적인 시설은 물론 생계수단조차 없는 곳으로 내몰린 빈민들의 생존권 투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성남시는 “시립박물관이 들어서는 곳은 성남의 역사와 애환, 시민 의식이 투영된 상징적인 곳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성남시는 지난해 6월 ‘광주대단지사건 기념사업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내년에 5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 조례에는 광주대단지사건과 관련한 기념사업, 문화·학술 및 조사·연구사업, 간행물 발간 등을 시행하고, 관련 기관·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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