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로구의 차량기지 이전을 놓고 경기 광명시 주민들이 이전 예정지 앞에서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 구로구 차량기지를 경기 광명시로 이전하는 국토교통부 계획안을 놓고 광명시가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구로구는 “해당 지역 낙후를 이젠 해소해야 한다”며 국토부의 기본계획안 확정을 촉구하고 있다.
23일 경기 광명시와 서울 구로구의 말을 종합하면, 광명시와 구로구는 지난 10일 국토부에 구로 차량기지 이전사업 기본계획안에 대한 관계기관 의견을 냈다. 앞서 국토부는 2027년까지 1조718억원을 들여 구로 차량기지를 9.46㎞ 떨어진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로 옮기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수리·점검을 받거나 운행을 쉬는 전동차가 머무는 장소인 구로 차량기지는 1974년 지하철 1호선 개통과 함께 구로동 일대 25만여㎡에 조성됐다. 국토부는 코레일 소유인 이 차량기지를 광명으로 옮기는 대신, 구로역에서 광명 차량기지까지 지하철역 3곳을 신설해 광명시민들의 교통 편의를 높인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서울시와 구로구는 지역 주민의 숙원 사업이라며 찬성이다. 구로구청 현항석 도시개발팀장은 “기지가 자리 잡을 당시 구로구는 시 외곽이었지만 지금은 중심지에 있는 만큼 시대 변화에 맞춰서 차량기지는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며 “해당 차량기지로 인해 구로구민의 이동이 단절돼 있고 지역이 낙후된 만큼 최대한 이전이 조속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명시는 이전 당사자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데다 절차적 정당성과 타당성이 없다며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차량기지가 광명시 노온사동으로 옮겨지면 ‘광명시의 허파’인 구름산과 도덕산의 녹지 축 단절에 따른 환경파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전 예정지에서 30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광명·시흥·부천·인천지역 주민 200만명이 식수로 쓰는 노온정수장 오염 우려도 제기된다.
박봉태 광명시 철도정책팀장은 “차량기지의 이전은 광명시민의 희생만 강요하고 광명의 미래 발전은 외면한 채 구로구 민원 해결을 위한 사업일 뿐”이라며 “지난해 5월 환경영향평가 설명회를 열면서 처음으로 이전 계획을 알게 된 주민들이 반대해 설명회도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차량기지 이전 뒤 막대한 개발이익도 논란거리다. 구로구는 이전 작업이 계획대로 완료될 경우 해당 부지에 50층 높이의 빌딩을 포함한 ‘그린스마트 밸리’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인데, 광명시 쪽에서는 서울에만 개발이익이 모두 돌아가고 광명시민은 희생만 강요당해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관련 기관들의 의견 수렴 마무리 단계로 내용을 분석하고 있으며 사업비 등을 검토 중”이라며 “최종 확정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용덕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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