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4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경비노동자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는 정의헌 전국아파트 경비노동자 공동사업단 대표와 SK북한산시티 아파트 입주민 이정환씨도 참석해 경비원 대책에 대한 환영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입주민 괴롭힘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같은 일이 다신 일어나선 안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4일 ‘서울시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 및 권익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시가 가진 모든 권한을 동원해 경비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는 경비노동자의 고용안정 대책과 공제조합 설립, 권리구제 신고센터 운영 계획 등이 담겼다.
박 시장은 우선 ‘아파트 관리규약’에 고용승계 규정을 반영하거나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독소조항이 없는 단지 등에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입주민의 갑질과 열악한 처우 문제 등의 근원이 고용불안에서 온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울러 시는 경비원에게 적정 임금 지급하거나 냉난방시설이 겸비된 휴게공간을 제공하는 단지에 공용시설물 유지비 등을 지원하는 ‘공동주택 관리지원사업’ 선정 과정에서 가산점을 부여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실태조사를 보면 전국아파트 경비원은 약 18만명으로 4명 중 1명이 입주민에서 욕설 및 구타를 당한 적 있고, 3명 중 1명이 1년 미만의 단기계약 등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공조조합 설립도 지원한다. 조합비를 모아 적립한 뒤 질병, 부상 등을 당한 구성원에 지급하거나 부당해고 등의 상황에 공동대응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망 구축을 위한 목적이다.
또한 서울노동권익센터 안에 ‘아파트 경비노동자 전담 권리구제 신고센터’를 설치해 갈등조정부터 법률구제, 심리상담까지 무료로 지원할 계획이다. 가령 부당해고를 당한 경비노동자의 신고가 접수될 경우 갈등조정인력을 해당 아파트에 파견해 화해를 끌어내고, 해결이 되지 않을시 시 노동권리보호관이 법률적 구제 조치에 나서게 된다. 이달 초부터 운영을 시작한 센터는 지난 17일까지 부당해고 및 징계, 임금체불과 관련한 50건이 넘는 상담을 진행한 상태다.
이와 함께 시는 경비노동자에게 갑질을 했을 때 과태료 처분 등이 가능하게 하는 등 ‘공동주택관리법’에 과태료 규정을 담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시에 아파트 관리 전담부서를 만들고 경비원 문제 관련 조례 제‧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경비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국회가 노동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면서도 법 개정 이전에 “서울시민 10명 중 7명이 아파트에 사는 만큼 (경비원 처우개선은) 사회 구성원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정의헌 전국아파트 경비노동자 공동사업단 대표와 에스케이(SK) 북한산 시티 아파트 입주민 이정환씨도 참석해 경비원 대책에 대한 환영 입장을 밝혔다. 정 대표는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한달단위로 재계약하는 상황을 설명하며 “경비노동자의 단기계약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처우개선과 갑질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자보를 붙여 경비원 감축을 막아낸 아파트 대표 자격으로 설명회에 참석한 이 씨는 관리비를 줄인다는 목적으로 경비원들을 줄이려는 시도가 우리 주위에서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며 “입주민들 스스로 경비원은 아파트와 우리 안전을 돌봐주는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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