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폐기물을 쌓아 만들어진 ‘쓰레기 산’. 지난해 정부 조사결과, 전국에 120만톤 이상의 쓰레기 산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전국이 불법 폐기물로 생긴 이른바 ‘쓰레기 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허가받은 양보다 수십 배 초과하는 폐기물을 받아 무단 방치한 폐기물처리업자와 이를 비호하던 지역 언론사 기자, 뒷돈을 받고 불법행위를 눈감아준 공무원 등 20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뇌물수수 등 혐의로 경기도의 한 폐기물처리업체 대표 ㄱ씨와 직원, 해당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ㄴ씨와 ㄷ씨, 지역 언론사 기자 ㄹ씨 등 20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ㄱ씨 등은 2018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2만3천㎡ 규모의 야적장을 임대한 뒤, 허가받은 폐기물 보관량인 560톤보다 40배 많은 2만3천톤의 각종 폐기물을 쌓아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2018년 4월 문을 연 이 업체는 같은 해 7월 허가보관량의 10배의 폐기물을 방치했다가 적발돼 두 달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도, 계속 영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언론사 기자 ㄹ씨는 공무원들에게 부탁해 불법을 눈감아 주게 해주는 등의 명목으로 업체 지분 30%를 요구해 ‘사실상 동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기자 ㄹ씨는 공무원 ㄴ씨 등을 업체 대표 ㄱ씨 등에게 소개해줬고, 이후 ㄱ씨는 ㄴ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1200만원 상당의 뇌물과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ㄴ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적발된 업체는 폐기물 수집·운반 또는 배출업체로부터 처리비를 받고 폐기물을 넘겨받으면 허가보관량 이내로 보관했다가 일부 자체 처리하거나 최종 처리업체에 처리비를 주고 넘겨야 하는 폐기물 처리 과정의 중간단계에 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이를 그대로 방치해 15억원가량의 처리비만 받아 챙겼다. 폐기물을 수집·운반한 업자들도 다른 곳보다 싼 값에 쓰레기를 받아주는 이 업체를 이용하다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영종 지능3팀장은 “쓰레기 산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지역 토착 비리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2월 현재 환경부 전수 조사결과, 전국 14개 시·도 235곳에 120만3천톤 규모의 ‘쓰레기 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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