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김기세 자치행정국장이 경기도의 공정한 조달시스템 자체 개발 및 운영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가 국가조달시스템을 이용해 시중가보다 비싸게 공공조달물품을 구매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부조리를 개선하기 위해 자체 지방조달시스템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김기세 경기도 자치행정국장은 2일 ‘공정조달시스템 자체 개발 운영 계획’을 발표하고 “지방정부나 지방출자·출연기관, 지방공기업이 값싸고 좋은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건전한 공정 조달환경을 만들기 위해 국가 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를 대체할 공정한 조달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지방조달시스템 자체 개발은 민선 7기 후반기 ‘공정정책 제1호’ 정책이면서 ‘공공 배달 앱’ 개발에 이은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두 번째 독과점 폐해 개선 조처이기도 하다.
김 국장은 “경기도에서 조사해 보니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물품이나 용역을 살 때 활용하는 나라장터의 공공조달품목 3341개 가운데 41.7%인 1392개 상품이 시장 가격에 견줘 훨씬 비쌌다”고 밝혔다. 예컨대 시중에서 85만원에 구매가 가능한 비디오프로젝터는 나라장터에서 58만원이 더 비싼 143만원에 구매해야 하고 18만9190원인 사무 교육 카메라용 렌즈는 12만원이 더 비싼 31만원에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나라장터에서 판매하는 공공조달물품 6129개 가운데 일반 쇼핑몰에서 동일 모델임을 확인할 수 있는 물품은 55.7%이지만 실질적으로 가격 단가 비교가 가능한 제품은 10%인 646개로 사실상 적정 수준의 물품 가격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나라장터를 통해 비싸게 공공조달물품을 구매하는 것도 문제지만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연간 888억원(2017년 기준)의 조달 수수료를 조달청에 내지만 지방정부에 돌아오는 혜택은 없고 고스란히 조달청 운영비로 사용되는 등 지방정부 희생 위에 조달청이 굴러가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조달청 등 중앙 정부의 독점 횡포가 가능한 것은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정부 등이 나라장터에 등록된 물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김기세 자치행정국장이 경기도의 공정한 조달시스템 자체 개발 및 운영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자체 지방조달시스템 설계 용역비를 확보하고 기획재정부, 조달청 등 관련 부처 협의와 조달사업법령 개정 등을 건의해 받아들여질 경우 2022년 초 시범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기세 경기도 자치행정국장은 브리핑에서 “OECD 국가 중 중앙조달을 강제하는 나라는 한국과 슬로바키아뿐”이라며 “이번 지방조달시스템 개발 추진은 나라장터와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독과점의 폐해를 개선하고, 불공정한 시장구조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조달청의 전체 조달 규모는 45조2493억이며 이 중 경기도 비중은 14.6%인 6조6156억원, 서울시는 12.7%인 5조7380억원, 인천시는 5.4%인 2조4287억원에 이른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사진 경기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