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 석관동 캠퍼스. 한예종 제공
“한예종을 잡아라”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왕릉 터에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서울 성북구 석관동 캠퍼스 이전을 둘러싸고 지자체들의 유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자체들이 무상 부지 공급과 학생 기숙사 제공을 약속하는 등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예술대학인 한예종은 석관동(연극, 영상, 미술원 등) 비롯해 서초구 서초동(무용, 음악원), 종로구 와룡동에 3개 캠퍼스로 분산돼 있다. 이 중 석관동 캠퍼스 부지에 있는 ‘의릉'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뒤 문화재청이 주변 시설 철거에 나서면서 캠퍼스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 문체부도 지난달 적합한 후보지 선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공고하면서 본격적인 이전 작업이 시작됐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이전을 계기로 분산된 캠퍼스를 하나로 모으는 통합형 캠퍼스 사업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적극적인 지자체는
송파구다. 구는 한예종 유치를 올해 최대 현안으로 삼고,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와 유치 지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전 예정지인 방이동 운동장 부지의 교통이 편리하고 강남권 문화인프라가 풍부하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현재 해당 용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어 학교 시설 건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송파구는 관련 문제를 서울시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서울시는 “개발제한구역의 보존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과천시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한예종 재학생 여론조사 결과 90% 이상이 서울 지역으로 이전의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강남 생활권인 과천도 유력한 이전 후보지로 꼽힌다. 충북 진천으로 이전한 뒤 비어있는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용지가 이전 후보지인데 국가로부터 토지를 이양받는 절차를 거치면 사실상 토지매입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고양시는 킨텍스 인근의 행복주택 부지를 후보지로 정하고 2024년 전후 조성될 방송영상밸리와 일산테크노밸리의 인프라 등 장점을 내세워 한예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행복주택 공급으로 사실상 기숙사가 필요없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인천시 서구 연희동 아시아드 부지와 서울 노원구 창동 차량기지 등도 후보지로 거론된다.
현재 캠퍼스가 위치한 성북구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캠퍼스 이전 사업이 학교가 위치한 지자체와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이다. 지역구 의원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박양우 문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주민 공청회를 열어 대학 이전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적·문화적 피해 정도를 파악해 관련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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