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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서울시장”인 박원순 간담회…‘내심’ 담겼던 말말말

등록 2020-07-06 18:34수정 2020-07-06 18:48

[송경화의 올망졸망]
“초등생이 고교생 될때까지 시장”
“이재명 경지지사는 제 아웁니다”
“뜻한대로 되지않는 운명적 직책”
6일 기자간담회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6일 기자간담회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오늘(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서울시장 3번째 임기의 절반이 지나고 이제 2년이 남았는데, 앞으로 포부 등을 밝히는 자리였다. 서울시청에서 열린 간담회는 질의응답을 포함해 1시간20분 가량 진행됐다.

사실 박 시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달리 따옴표(“”) 딸 만한 말을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기자 입장에선 아쉬울 때가 있다. 그런데 이날엔 몇 가지 귀에 들어오는 말을 했다. 따지고 보면 서울시장 마지막 임기를 보내고 있는 박 시장의 속마음이 담긴 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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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이 고등학생 될때까지 시장이 박원순이었다고…”

이날 박 시장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이 질문이 나올 것 같은데 선제적으로 답하겠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임기가 9년이 되다보니 초등학생이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서울시장이 박원순이어서 ‘저 분이 직업이 서울시장인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박 시장이 도대체 지난 9년동안 뭐했냐는 질문이 반드시 나올 것 같다”며 “도시의 가장자리로 밀려났던 많은 시민들의 삶과 꿈을 회복시키는 시간이었다”고 ‘자문자답’했다.

“어찌보면 요란하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난 세월은 조용한 혁명을 했다고 감히 평가하고 싶습니다. 10년 가까운 긴 호흡을 가지고,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한결같은 원칙을 가지고 도시를 운영해온 것이 저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만능의 도시가 아니라 인간중심, 사람중심의 도시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박 시장은 유례없는 ‘3선 서울시장’으로 전국민의 주목을 꾸준하게 받아왔다. 이런 그가 최근 가장 빈번하게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무엇을 했냐”다. 이명박 전 시장의 청계천 복원 등과 비견될 만한 ‘한 방’이 없다는 지적이 이 질문에 깔려 있다. 박 시장 쪽에선 이 지적이 “단점이자 장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평가하며 장점을 최대한 강조하고 있다. 박 시장 쪽 관계자는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한 방이 없다지만 이는 토건 중심의 성과와 결이 다른, 생활을 바꾸는 시정을 보여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날도 “9년 간 뭐했냐”는 공격이 우려되자 박 시장은 자문자답으로 ‘선방’을 날린 셈이다. 이후 더이상 “뭐했냐”는 질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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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사는 제 아웁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관련 질문도 예상 질문 중 하나였다. “이 지사와 시장이 라이벌이라는 말에 동의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시장은 “이 지사는 제 아우”라며 웃었다. 그는 “자꾸 갈등을 유발하려고 노력 안 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기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 지사는 본인이 박 시장 정책을 베낀 것도 많은데 부각은 본인만 돼서 박 시장이 억울할 거라 (최근 경기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 있다”고 하자 박 시장은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서울시 정책은 베껴가라고 존재하는 것입니다. 지방, 중앙정부 할 것 없이, 세계적으로도 베껴가잖아요. …사실 코로나19 대응을 보면서 서울시가 그렇게 잘하나 의심하셨을 텐데 객관적으로 보면 뉴욕에서 3만2천명이 숨진 걸 보면 우리가 잘한다는 걸 객관적으로 인정하게 될 겁니다.”

박 시장은 이어 “이 지사가 훌륭한 것”이라며 “서울시꺼 다 보고 가져가서 더 잘 하고 청출어람이지 않냐”고 말했다.

이날엔 포용하는 제스쳐를 취했지만 사실 박 시장은 이 지사에 몇 차례 각을 세운 바 있다. 이 지사가 전국민 기본소득을 아젠더로 들고 나온데 반해 박 시장은 전국민 고용보험을 복지 정책의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지난달 라디오에 나와 이 지사의 기본소득 계획을 언급하며 “그 돈이 어디서 나오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지사가 긴급재난지원금을 도 차원에서 지급하며 전 도민을 그 대상으로 삼은 데 반해 박 시장은 ‘중위소득 100% 이하’로 지급 기준을 달리 잡으며 부지런히 차별화를 꾀하기도 했다.

이날 박 시장은 이 지사 정책과 관련해 날을 세우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박 시장 정책을 베꼈다”는 이 지사의 표현을 부정하거나 반대로 본인이 이 지사의 정책으로부터 배웠다며 덕담을 돌려주진 않았다.

두 사람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어떨까. 코로나19 국면이 다섯여달 지난 현재 이 지사의 대선 후보 지지율은 15% 안팎까지 상승하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박 시장의 지지율은 2%에 머무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12월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 발족식 및 업무협약식’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12월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 발족식 및 업무협약식’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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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운명적 직책이다”

‘대선 출마’ 질문 역시 예상 질문 리스트에 있었을 것이다. 역시나 질문이 나오자 박 시장은 “저는 대통령이 자기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안 되고 싶어도 하게 되는 운명적인 직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입을 뗐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레임덕 없이 5년을 제대로 (마무리)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년쯤이 되면 대선 관련 논의가 훨씬 더 활발하게 이뤄지겠지만 아직은 자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선 질문을 한 번에 그칠 기자들이 아니었다. “하고 싶은 마음이 있냐”는 질문이 또 나왔다. 박 시장은 “대선 부분은 지금 얘기를 다 하면 재미가 없지 않냐”며 “다음 기회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확답은 피했지만 박 시장의 최근 행보는 다음 대선을 향하고 있다. ‘정치, 정무 감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돼온 가운데 최근 시 인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출신을 포함해 ‘여의도 인사’들을 여럿 영입했다. ‘지난 총선에서 박 시장과 가까운 국회의원들이 10명 이상 당선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지난달엔 이들을 모아 모임 자리도 가졌다. 박 시장이 이날 경기 성남 분당갑을 지역구로 뒀던 김병관 전 국회의원을 시청 특위 위원장으로 초빙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박 시장 쪽 인사들은 이미 발표한 ‘전국민 고용보험’ ‘강남 부동산 개발이익 타 지역 분배’에 이어 3탄, 4탄의 정책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대선을 지금 얘길 다 하면 재미없지 않냐”는 답변엔 이미 출마에 대한 속마음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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