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실종된 9일, 이날 예정돼있던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박 시장은 공식적인 일정을 취소한 것은 물론,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오찬 등 개인적인 일정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박 시장은 정 총리를 만나 점심을 먹기로 한 일정도 직접 정 총리에게 전화해 약속을 취소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박 시장이 총리에게 전화해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오늘 약속을 못 갈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라고 짧게 얘기했다고 한다"고 10일 말했다. 이날 오찬에는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도 함께 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오찬은 박 시장의 불참 통보로 취소됐다.
뿐만 아니라 9일 아침 박 시장은 일부 국회의원들과 조찬 모임을 할 예정이었으나, 이 모임도 취소했다. 저녁에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이 예정돼 있었으나 이 일정도 미뤄졌다. 박 시장은 이날 ‘몸이 좋지 않다'며 아예 시청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이날 시장 주요 일정으로 오전 10시30분 서울시청 펜싱팀 숙소 방문과, 오후 4시40분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면담이 있었으나 이 일정 역시 취소됐다. 박 시장은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최숙현 선수와 관련해 숙소 현장 점검을 할 예정이었다. 김사열 위원장과는 지역균형발전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시장이 출근하지 않은 탓에 평상시 업무인 각 부서의 업무보고를 받는 일정도 모두 취소됐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10시40분, 공개 일정인 김사열 위원장과의 면담 취소 소식을 “부득이한 사정으로 일정이 취소됐다”고 기자단에게 문자로 공지했다.
비슷한 시간대인 오전 10시44분께, 박 시장은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시장 공관을 나와 외출했다. 박 시장은 10시53분께 와룡공원에 도착한 것이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혔다. 주요 간부들은 박 시장과 점심께까지 계속 연락이 되지 않자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고 한다.
오후 5시17분께, 박 시장의 딸 박 아무개씨는 ‘아버지가 이상한 말을 하고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112신고센터로 신고했다. 박 시장의 딸은 “실종 4∼5시간 전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대화할 때 유언 같은 말을 했다. 그 이후 연락이 안 된다”며 경찰에 신고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오후 5시40분께부터 박 시장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성북구 성북동 주한 핀란드대사관저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4시간에 걸쳐 1차 수색을 마쳤지만 박 시장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어 경찰과 소방관계자 등은 밤 10시30분께부터 2차 수색에 나섰고, 박 시장은 실종신고 약 7시간만인 10일 자정께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그의 시신은 새벽 3시께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서혜미 김원철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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